폐기물 회수 생산자가 책임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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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폐기물 예치금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캔이나 빈병·종이팩 등 상품용기의 회수비용을 일정액 예치시킨 뒤 회수하는 실적에 따라 환불해주는 폐기물예치금제도가 생산업체의 무성의와 소비자들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관련업체들이 폐기물 회수에 무관심하게 된 것은 회수비용이 환불받는 예치금보다 훨씬 더 드는데 있다. 또 소비자들의 협조가 지극히 소극적인 것은 번거로운 회수과정에 참여하는데 대한 직접적인 보상이아예 없거나 극히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원리 만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래라면 처음부터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관심밖의 사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상이 없는 수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도 요즘 같은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태에서는 무리일 것이다. 일부 빈병에 대해 실시되고 있는 회수보장금제도 그 액수가 몇십원에 불과해 일반쓰레기에 묻혀 버려지는 형편이다. 빈병 하나에 10원짜리 동전 몇푼 돌려받으려고 손에 들고 가게를 찾아가는 번거로움의 감내를 어린이들에게서조차 기대하기 힘든 세태인 것이다.
결국 회수예치금과 회수보상금의 액수를 높이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그렇게 해서 재활용 폐기물의 회수율을 높이게 되면 이로 인한 제품의 원가압력은 상쇄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재활용 폐기물의 회수에는 이러한 타산적인 원가의식과 이기적인 보상심리에 앞서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이라는 보다 더 근본적인 사고의 도덕적인 전환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절실히 요구된다. 쓰레기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산물로 당연히 버려야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최종처리까지도 책임져야할 과정에 있는 제품의 일부라는 발상의 변혁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쓰레기를 버리는 시대였으나 앞으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설계해야할 시대가 된 것이다. 발생된 쓰레기를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여 생산원가에 계상해야 한다.
우선 문제가 돼있는 재활용쓰레기만 해도 제품이 생산자인 기업에서 대리점→도매상→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구조를 거슬러 올라오는 방식으로 폐기물 회수에 역유통 경로를 활용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폐기물의 회수경로를 정착시키는 것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행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소비자인 국민을 포함한 전사회적인 연결구조가 총체적인 협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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