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준상 6단 ● . 윤찬희 초단
흑▲의 공격이 필사적이라면 백△의 어깨 짚기는 가볍다. 살려달라는 모션이지만 알고 보면 하변 흑대마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판이 꼬인 탓에 흑의 행마는 헝클어졌고 목표도 불분명해졌다. 우선 53은 공격인가, 도주인가. 반대로 백의 행마는 54의 웅크림이 보여주듯 '용의주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A의 절단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윤찬희 초단은 문득 '던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결국 55로 연결하기는 했으나 갈 길은 급한데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해야 하는 처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56, 58은 시원하고 두텁다. 판이 좋아지자 윤준상의 행마는 더욱 윤기를 띠고 있다. 59에는 64까지. 알토란 같은 실리를 챙기며 선수까지 잡아낸다. 59로 버텨본다면'참고도' 흑1로 빠져야 한다. 그러나 백2로 꼬부리는 수가 공수의 급소여서 흑대마가 너무 약해진다(A, B가 모두 선수여서 흑대마는 반집밖에 없는 작대기 말이다).
이 판은 불과 98수에 백 불계승으로 끝난다. 윤찬희 초단은 강자들을 연파하고 8강까지 왔으나 이 판에선 초반에서 크게 실패한 나머지 비몽사몽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