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됐다 … 대승적 결단에 감사" 가슴 쓸어내린 강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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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4일 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이날 오후 7시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선 룰 여론조사 항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 "당이 안 깨져서 다행"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후 유기준 대변인을 통해 "대승적 차원의 정치적 결단에 감사한다"며 "지루한 경선 룰 시비를 끝내고 대선 승리를 위해 앞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이번에 그는 정계 은퇴 직전까지 몰렸다. 수습하겠다고 낸 경선 룰 중재안이 오히려 '빅2'(이명박.박근혜) 간 갈등을 키웠고, 그는 15일 상임전국위에서 중재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16일'이란 시한도 정했다. 그게 11일이었다. 스스로 "인생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초강수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 대표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지만 "(내 안이) 안 통하는 정당, 대권 후보가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까.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서운해했다.

그러면서도 강 대표는 내심 이 전 시장이 양보할 것을 기대했다. 13일 심야에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기자와 마주한 그가 "양보하는 사람이 크게 먹을 거요"라거나 '이 전 시장이 강경해졌다'고 하자 "마지막 극적 효과를 위해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은 것도 이 전 시장의 양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원칙'을 얘기해 온 박 전 대표가 물러나기는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일 낮까지도 두 사람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허탈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채 당사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씁쓸해 했다. 이런 강 대표는 다시 이 전 시장이 전격 양보 쪽으로 선회하자 극적으로 살아났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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