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범여권은 술렁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 발언으로 파란이 일었다. <본지 5월 14일자 6면>본지>
'친노(親노무현)-반노' 격돌의 한복판에 서 있는 유 장관은 범여권에서 "노심(노 대통령의 의중)에 근접한 대선 주자"로 통했다.
우선 그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통할 정도로 노 대통령과 가깝다. 노 대통령과 같은 영남(대구) 출신이다. 그래서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측에선 "대통령이 당 사수를 원하며, 이는 영남신당을 만들어 영남(대구) 출신인 유 장관을 후보로 내세우려 한다"고 의심해 왔다.
그런 유 장관에 대한 대선 주자 배제론이 전해지자 각 계파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경전을 벌였다.
친노 그룹은 우선 "(노 대통령은) 당초부터 유 장관을 대선 주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김 전 의장이 탈당 명분이 없으니 유 장관을 물고 늘어졌던 것"이라며 화살을 두 사람에게 돌렸다.
친노 직계인 이화영 의원은 "유 장관은 전혀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두 전직 의장 측에서 노 대통령 비판의 명분으로 유 장관을 끌어들이는 모양인데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노 진영의 한 핵심 인사는 "(유 장관이) 불출마 선언하고, 당에서 주요 역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노 그룹에 명분만 줄 뿐"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반노 진영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친노 그룹이 '유시민 배제론'을 꺼낸 것은 친노-반노 간 격돌의 명분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했다.
정 전 의장 측은 "유 장관은 99.9% 출마할 것"이라며 유시민 배제론을 정면 반박했다.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 뜻과 상관없이) 유 장관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라면서도 "(유 장관이 출마하더라도)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나서서 '(유 장관 출마는) 내 뜻과 무관하다'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 측은 "무시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 청와대는 반응 없어="노 대통령이 유시민 장관의 대선 출마를 원치 않는다"는 이 의원의 주장과 관련,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