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2004년 미얀마 가스전 개발 주역, 양수영 대우인터내셔널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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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너지 자원 개발은 지층에 대한 정밀한 탐사와 분석 등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고도 운이 따라야 하는 일입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대박'사건으로 꼽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 주역인 양수영(50.사진) 전무는 자원개발 사업을 '운칠기삼'이라고 말한다.

미얀마 현장팀장을 맡아 아직도 현장을 누비는 그는 1980년대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동해 바다 유전개발부터 반평생을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만 바친 사람이다. 최근 잠시 귀국했던 양 전무를 만나 해외 자원개발 경험담을 들었다.

그는 미얀마 가스전 발견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98년 미얀마 정부의 제안으로 가스전 개발에 들어갔던 양 전무는 2003년 말 개발포기 일보직전의 사태에 직면했다. 공동개발하던 인도 회사 두 곳(지분 30%)이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미얀마 북서부 항구 도시 시트웨에서 100km정도 떨어진 해상, A-1광구로 명명된 이곳에서 5년여 동안 준비한 후 세 개 지층을 뚫었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기대해볼 만한 한 개 지층이 남아 있었다. 이곳을 뚫어보느냐 마느냐는 온전히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이 결정할 일이었다. 워크아웃 졸업을 앞둔 어려운 본사에 손을 내밀었다. 본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04년 1월. 마지막 지층을 300m쯤 판 뒤 그는 가스층을 발견했다. 미국계 공인기관이 인정한 총 매장량은 1360억~2435억㎥(액화천연가스화 할 경우 최소시가 40조원 상당). 국내 연간 액화천연가스 소비량의 최소 5년치 물량이다.

지금 이 가스전에서 나온 가스를 중국이 사겠다고 덤비고 있다. 가스를 운반할 파이프라인 건설비용을 중국 측이 모두 부담한다는 제안에 미얀마 정부도 솔깃하고 있다.

한국이 70% 지분(대우인터내셔널 60%,한국가스공사 10%)을 보유한 광구라는 점에서 국내 일각에선 중국 측의 이런 움직임에 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모든 것은 가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 해외 자원개발 붐이 불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자원 개발 성공률은 10%도 안 된다는 점에서 실패에 대해 대범해져야 하고, 모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문병주 기자<byungjoo@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5월 15일자 E4면의 '2004년 미얀마 가스전 개발 주역…' 기사 중 미얀마 해상 가스전의 지분을 한국석유공사가 10% 갖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한국가스공사가 10%를 보유하고 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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