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원 「제일생명 특검반」 8일만에 철수/땅취득·자금집행과정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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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윤 상무 사무실 급습 서류철 복사/관련법규 위반 10여건 이상 적발
제일생명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여온 보험감독원 특별검사반이 착수 8일만인 10일 저녁 일단 제일생명 본사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발표에 의해 사건이 세상에 노출되기 하루전인 지난 3일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특별검사에 착수한 보감원은 초기에 사건윤곽을 잘 파악 못해 당황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되찾아 부지 거래과정에서 제일생명이 범한 위반사항들을 상당수 적발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감원은 이번 특검에서 나타난 내용에 관해서는 함구로 일관,사건축소에 한몫 거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다.
○…기홍철검사4국 차장을 반장으로 한 특별검사반은 제일생명 본사 9층에 특검장을 차려놓고 연일 철야작업을 해왔다. 당초 5명 인원을 투입했으나 사건양상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조사범위도 방대해지자 지난 6일부터 7명으로 보강,연일 밤샘작업을 강행.
특검반은 『모든 장부가 경찰과 검찰로 넘어가는 바람에 조사가 잘 안된다』는 엄살을 연발하고 있으나 사실은 사건을 처음 접한 3일 저녁 윤성식상무 사무실을 급습,모든 서류를 복사해 두었기 때문에 다음날 관련서류를 경찰에 넘기면서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
또 대부분의 서류는 이미 주중반쯤 검토를 마쳐 적어도 장부상 나타난 위반사항들은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험감독원이 「감독기관 차원 조사의 한계」를 들먹이는 것은 검찰발표전에 내용을 흘려 비위를 거스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생각과 처벌에 앞서 최대한 신중을 기하자는 방침때문.
○…특검반이 중점적으로 조사한 부분은 제일생명의 땅취득 경위와 자금집행과정. 조사반원들은 여기서 제일측이 자산운용준칙을 비롯한 관계법규는 물론 사규까지 깡그리 무시한 사실을 발견하고 새삼 혀를 내두르기도.
땅매입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든지 수백억원 어음발행이 상무가 전결한 전표 한장으로 처리된 사실 등 상식을 벗어난 사항들이 10여건이상 적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독원은 이때문에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보험사 자산운용 관련 법규와 어음발행 등에 대한 전결규정을 대폭 뜯어고칠 방침.
○…보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제일생명내의 경리 및 부동산 관련장부를 샅샅이 뒤지고 관련부서 관계자들을 일일이 면담조사해 위반사항 자체는 빠짐없이 잡아냈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정작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윤 상무나 하영기사장 등의 인물에 대한 면접조사가 부족해 거래과정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고민.
예를 들어 1백50억원 융통어음이 이재칠명의로 발행된 경위도 윤 상무만이 알고 있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 특검반은 지난 4일 윤 상무를 만났으나 당시는 장부검사를 시작한 단계여서 별로 얻은 것이 없고 조사가 진행되면서 의문점이 불어나고 있지만 윤 상무가 10일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에 확인에는 상당한 시간을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보감원은 원래 12일까지 제일생명 현장조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민주당이 제일생명 조사를 나오기로 하는 바람에 조사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철수를 하루 앞당긴 것.(추후 민주당 방문은 취소)<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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