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기조직 합작 범행/땅사기 수사/정건중계→김영호계 2단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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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짜계약서 김씨측 작성/정씨 일당/작년 10월 모의 12월 약정/검찰,김씨 구속… 정건중·정명우·정영진 자수
정보사 부지매각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명재부장검사)는 7일밤과 8일새벽 정명우씨(55)와 성무건설회장 정건중(47)·사장 정영진(31)씨 등 핵심인물 3명이 자수해옴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번 사건이 별도의 사기조직인 정씨 등 일당과 전 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52)·김인수(40)·곽수열(45)씨 일당이 공모해 제일생명측을 상대로 벌인 2단계 합작사기극이란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관계기사 2,3,6,7,20,22,23면>
검찰은 1월21일 정명우·김인수씨가 매수인이 된 국방부장관 고무인이 찍힌 정보사부지 1만7천평 매매계약서는 정씨측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 김영호씨측 일당에 의해 작성돼 제일생명과의 사기극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에서 이 사건의 배후 및 사기자금의 행방은 밝혀내지 못해 계속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일당은 지난해 10월께 김영호씨를 끌어들여 제일생명을 상대로 한 사기극을 벌이기로 모의한뒤 평소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1)와 가까운 박삼화씨(39)를 통해 윤 상무와 접촉,12월23일 매매약정을 맺고 예치금 2백30억원과 어음 4백30억원 등 6백60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윤 상무는 회사 사옥부지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었고 개인적으로 봄철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연임문제가 걸려 있는데다 박씨가 제일생명측이 이전에 토지사기사건에 말려들뻔 한 것을 사전제보를 통해 방지케 해주는 등 개인적으로 「은인」 관계여서 쉽게 매매약정을 맺었다는 것.
정씨 일당은 이어 김영호씨가 국방부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꾸며진 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김인수·곽수열씨를 통해 김영호씨와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1월21일 국방부 김씨 사무실에서 김씨측이 미리 작성한 국방부장관 고무인이 찍힌 가짜 매매계약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씨 일당은 김씨에게 사례금 등 81억5천만원을 지급한 이외에 곽수열씨에게 30억원,김인수씨에게 25억원을 주는 등 모두 1백36억5천만원을 건네주었다.
정명우씨는 검찰조사에서 1월21일 김영호씨를 만났을때 김씨가 『장관이 바뀌면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정보사령관이 육사동기이며 그밖의 요직에도 동기들이 많다』며 사기 가담에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일생명측에서 윤 상무 이외에 연루된 사람은 없고 윤씨도 사기단에 속은 피해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8일 오후 김영호씨를 공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구속하고 사기부분에 대해 계속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또 잠적중인 김인수·곽수열·박삼화씨를 공개수배,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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