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금수강산』낸 농부신작가 심재연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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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골에서 흙을 만지고소를 쓰다듬던 농부가그 거친 손으로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 우리 산하를 사진에 담았다. 최근 『금수강산』 이란 제목의 사진집을 펴낸 심재연씨(37)는 새까만 피부, 깡마른 체구로 이젠「사진작가」 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도 여전히 순박한 사투리의 농부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제게는 자연이라면 모든게 아름다위 보입니다. 마을 어귀에 나이 지긋한 동네어른처림 서있던 큰 나무, 어릴적 맨발로 뛰어다니던 논둑길, 종알종알 떠들면서흐르던 맑은 개울등은그 자체가 제게는 놓치고 싶지않은 예술로 보일 따름입니다』 라고 사진을 찍게된 동기를 설명하는 그는 『아름다운것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사진집을 감히 세상에 내놓게됐다』 며 쑥스러워했다.
새벽의 어스름 속에 아직 잠들어 있는 호수의 적막감, 겨울이 녹아 흘러내리고 있는 깊숙한졔곡, 운해를 가슴 한가득 안고있는 지리산등그의 사진집에 담겨있는자연은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사람들 가슴 밑바닥의 잊혀진 그리움들을 흔들어 깨워놓기에 충분해 보인다.
심씨가 사진을 찍기시작한 것은 지난 8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전에서 줄곧 농사(낙농업) 를 깃던 그는일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자 벼르던 사진기를하나 장만했다. 고등학교시절, 사촌형으로부터 빌린 사진기로 흑백사진을 몇장 찍어본 기억이쉽게 지워지지 않았던것. 그런데 재미삼아 마련한 그 사진기 한대가그의 길을 바꾸어 버렸다.
사진기틀 들고 평소사진에 담아보고 싶던 주변의 풍경을 찍던 그는 사진에 빠져들면서집에서 먼 곳까지 나가는 일이 잦아쳤고 급기야는 잔손이 많이 가는농사일에 지장이 생기기시작했다. 그러던 87년가을,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사진작가 안승일씨(46)를 만나게 되었고 그해 12윌 농사를 완전히 정리,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살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먹고 살 염려는 없지만 수입이 거의 없는 형편이므로 최저의 소비생활로견디고 있다고 했다. 전국 구석구석을 뒤지며 돌아다니다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세우고 불편한 잠을 자며 「연명할만큼만」 먹어도 사진을 찍을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심씨.
『작품이 될만한 광경이눈에 들어오면 가슴부터 쿵쾅쿵쾅 뛰기시작합니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밥을 먹다가도 사진기를 잡게 되죠. 우연히 좋은 풍경을 만나기도 하지만 한 커트를 위해 며칠이고 죽치고 기다린 적도 많지요』 라며 심씨는 사진이 자신을 매료시키는 까닭을 「현장」 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과 현상을 기다릴 때의 초조한 기대감, 사진을 감상할 때의묘한 쾌감 이라고 설뎡한다.
1년중 2백50일은 과부아닌 과부로 지내는아내 (강복자) 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갖고 있다는 그는 이번 여름엔국교 6년생인 맏이를 데리고 전국일주를 함께하며 『아버지노릇을 해볼 작정이라고. 그의 아내는 남편의 사진집 끝머리에 『남편이 사랑한건 확실히 사람보다는자연 쪽이었다. 그는 일정한 틀속에 안주하지못하는 성격대로 시골의 광활한 들판 이곳저곳을쏘다녔다』는 글을 써 남편에 대한 애정과 그만큼의 안타까움을 함께 표현해 놓기도 했다. 사진여행에서 돌아오는 즉시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그는 지금 「대관령」을 테마로 사진을 찍을생각에 여념이 없다.
심씨는 사진을 찍다보니 빠른 속도로 농촌이변해가는 것을 누구보다확실하게 보게 된다며『갈수록 산하가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고 했다.<이은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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