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의 김승연 회장… 손도 안 대던 식사 둘째날엔 다 비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 회장은 입감 첫날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싫다"며 가족의 면회를 거부했다. 이후 경찰 측과 협의를 거쳐 이날 오후 7시부터 20여 분간 차남.부인.장남과 차례로 화상면회를 했다.

남대문경찰서 강대원 수사과장은 "후회와 걱정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며 일부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화상면회는 유치장 화상면회실과 김 회장 자택에 있는 컴퓨터에 웹캠(컴퓨터 화상 카메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족과 화상면회를 마친 김 회장은 유치장에 비치돼 있던 책 '오! 하나님'을 읽다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수감 첫날과는 달리 13일 유치장에 있던 김 회장은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유치장 내 2층에 있는 4.3평짜리 독방에 머물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미역국.생선조림.나물무침.계란프라이.김치가 반찬으로 나온 2500원짜리 구내 식당 사식을 거의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첫날에는 아침식사에 손도 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적 충격이 컸지만 빠르게 적응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식사 뒤 오전 10시30분쯤 준비해온 베이지색 운동복 차림으로 유치장을 나와 경찰서 1층 조사실로 향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전날보다는 피로가 풀린 모습이었으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조사실에서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6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다. 구속 후 처음이다. 11일의 영장실질심사 당시 부인했던 전기봉.쇠파이프 사용과 조직폭력배 동원에 대한 추궁과 반박이 주된 내용이었다. 점심은 경찰이 시켜준 자장면으로 해결했다.

오후 2시쯤에는 미국 뉴욕의 한인 성공회 배마가(미국인) 주교와 수녀 두 명이 김 회장의 면회를 신청했지만 "경찰 조사 중"이어서 성사되지 못했다. 14일 미국으로 떠나는 배 주교는 "김 회장 일가는 할아버지대부터 착실한 성공회 신자였으며, 2~3년에 한 번씩 김 회장을 만나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평소 교회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부정적인 측면만 계속 부각되는 것 같아 시험을 극복하라는 뜻에서 기도를 해주려 했는데 안타깝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