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불법 이민자 구제법' 이견 좁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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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이 불법 이민자 구제 방안을 포함한 이민개혁법안을 마련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양당이 조속히 합의안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민 개혁이 올해 안에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상원의 양당 협상팀은 1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를 놓고 이견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 구제 방안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양당 협상팀이 검토 중인 것은 ▶불법 이민자에게 무기한 연장이 가능한 3년짜리 'Z 비자'를 주고▶앞으로 8년이 지나면 그들에게 영주권 취득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거액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또 본국으로 돌아가 정식 비자를 받은 뒤 다시 입국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밟아야 한다. 이민단체들은 "너무 인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공화당 의원은 "불법 체류자를 추방해야지 왜 구제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불법 이민 차단 강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협상팀이 의견 접근을 본 것은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확장하고 순찰 요원을 늘리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이민 노동자에 대해선 신분이 고급 기술직인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이민자 신분 조회 시스템이 도입되면 학력과 기술 수준이 낮은 단순 노동자가 미국에 입국하는 길은 매우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전망했다.

다수당 대표로 상원을 이끌고 있는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팀에 15일까지 단일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양당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상원에서 처리된 이민법안을 직권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 의원 23명 중 다수는 그 법안을 다시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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