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고무인」 계약서 보여줘/어떤 수법으로 사기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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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의심하자 「정보사 이동서」 제시/결제 빠른 어음 안돌려 안심케
제일생명측은 토지사기단이 자신들을 믿게하기 위해 갖가지 지능적인 수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사기단은 제일생명측이 서초동 현사옥 바로옆에 대한교육보험이 30층 규모의 대형빌딩을 짓기로해 새 사옥부지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점을 알고 서울의 노른자위 땅인 정보사령부 부지를 불하해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사기단은 매도인 전합참군무원 김영호씨(52)고 매수인이 정명우씨(55·인쇄업)로 돼있는 정보사일대 땅 1만7천평의 매매계약서를 제일생명측에 보여주었다. 이 매매계약서에는 국방부장관의 고무인이 찍혀 있었고 매매대금을 사인펜을 그어놓아 더욱 신빙성있게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일생명측이 2월17일 토지의 중도금·잔금으로 발생한 약속어음 9장중 결제일이 가장 빠른 4월6일자 20억짜리 어음을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아 정보사 땅을 넘겨줄 수 있을 때까지는 어음을 사용하지 않을 것같이 행동해 안심시켰다.
그러나 4월6일·4월26일자 어음은 유통시켰지만 자신들이 결제했고 6월2일자 60억원짜리 어음부터는 마구 시중에 유통시키기 시작,제일생명측을 곤경에 빠뜨렸다.
6월2일자 어음의 경우 3∼4개 회사의 토지를 담보로 제일생명측에 대금결제를 요구했는데 이 담보는 이미 다른 회사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휴지」나 다름없었다.
사기단은 제일생명측이 『빠른 시일내에 정보사 땅을 넘겨주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독촉하자 「부대이동서」를 보여줘 안심시켰다.
이 부대이동서는 합참명의로 『금년 6월말부터 정보사 부대를 이동시키기 시작해 내년 6월까지 완료한다』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사기단중 정건중씨(47)는 모국의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은 재미동포로 교육사업을 벌이면서 군·정계인사들과 친분이 많아 개발제한지역으로 돼있는 정보사부지를 합참에 영향력을 행사,불하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제일생명측은 주장하고 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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