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츠에 뭉칫돈 몰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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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0면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신축 건물의 러시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 판매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외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REITs)에 투자하거나 상장된 부동산개발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모은 회사다. 이러한 부동산펀드는 해외부동산을 직접 개발하거나 부동산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리츠 자체가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이고 펀드도 간접 투자상품이므로 해외리츠펀드는 간접 투자상품에 다시 간접 투자하는 ‘재간접투자’에 해당한다. 외국 리츠에 투자하는 펀드는 높은 환금성과 수익률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일본 상품 6개월 새 40% 이상 고수익 … 부동산개발 사업에 직접 나서는 펀드도 속속 등장

2005년 4월 1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1조4628억원, 올해 4월 26일 현재 5조4468억원으로 급증했다.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는 펀드가 같은 기간 1개에서 30여 개로 늘어났다. 부동산펀드는 2006년 4월 이후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부터 폭증했다. 설정액은 2006년 1월 초 3300억원에서 불과 1년5개월 만에 15배 증가했다.

해외부동산펀드를 선택할 때는 편입하는 리츠와 부동산 관련 기업의 주식이 상장돼 있는 나라의 부동산 시장 흐름을 먼저 읽어야 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일본 리츠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일본 경제가 부활하면서 오피스 및 쇼핑몰의 임대료가 오르는 등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일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일본 리츠펀드의 경우 투자자산은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일본부동산펀드인 J리츠와 일부 부동산 관련 주식이 대부분이다. J리츠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일본 도쿄의 오피스텔 등에 주로 투자한 뒤 임대료 수입을 배당해주는 펀드다. 도쿄증시에 상장돼 주식이 거래된다.

최근 6개월 기준 수익률 상위 펀드는 일본펀드가 싹쓸이했다. 삼성저팬프라퍼티재간접 40.36%, 삼성J리츠종류형재간접1A 41.4%, 삼성J리츠종류형재간접1B 41.3%, 저팬리츠재간접 40.3% 등이다.

일본 부동산의 부활은 외국인자금의 유입과도 관계가 있다. 일본의 부동산이 값싸다고 판단한 외국 자본의 도심지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블랙스톤 등이 초대형 펀드를 모집해 일본 부동산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부동산은 버블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강점. 한국을 비롯해 미국·호주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상승으로 거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 비해 일본 부동산은 10년 불황 속에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J리츠의 변동성은 일본 주식시장의 3분의 2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증권사들은 주장한다.

세계의 자본이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부동산 투자에서 얻는 임대료 수입이 장기금리보다 대략 2%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 ‘버블의 재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리츠 투자형 펀드보다 좀 더 공격적인 직접투자형에 가까운 펀드도 등장했다. 베트남부동산개발특별자산1,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신운용에서 굴리는 베트남부동산펀드는 베트남에서 아파트·주상복합 등 주택과 호텔·상가·골프장·리조트 등을 개발·분양·임대하는 사업자에 투자한다. 부동산 실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개발을 시행하는 합자회사의 권리에 출자하는 형식이므로 완전한 직접투자 펀드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공모펀드 1호는 미래에셋맵스펀드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유형의 ‘진짜’ 부동산펀드가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중국과 호주의 오피스 빌딩을 추가로 하나씩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피스 빌딩의 경우 임대료를 10%씩만 받아도 3년이면 30%의 수익이 생기므로 설령 투자를 잘못해서 3년 후 가격이 30% 떨어져도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 매우 안전한 자산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이런 펀드상품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시들해지면서 수익률을 좇아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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