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이상심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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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7년 프랑스에서 이색적인 저서가 출간돼 관심을 끌었다. 저명한 언론인과 의사가 공동저술한 『현대사를 지배한 병자들』이다. 세계의 현대사를 좌우해온 각국 정치가들의 병력을 증언·문헌 등에 의해 파헤친 이 책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당장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동안 전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정치가는 모두 25명이다. 그들의 병력을 대충 살펴보면 히틀러는 파킨슨병,무솔리니는 신경성매독,처칠은 심장병,프랑코는 동맥경화증,드골은 당뇨병과 백내장,나세르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각각 앓았다는 것이다.
정신관계 질환을 가졌던 정치가들로서는 편집증의 존슨과 아데나워,강박신경증의 닉슨,조울증의 흐루시초프,치매의 모택동 등이 꼽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일반질병을 가졌던 정치가도 그 병의 원인이 이상심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즉 정상이 아닌 심리상태가 갖가지 질병을 초래한 예가 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상심리의 소유자라야 대정치가가 되는 것인지,아니면 대정치가가 되면 이상심리의 소유자가 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최근 모택동 생전의 숨겨졌던 여성편력이 잇따라 폭로되어 새삼 화제가 되고있다. 올해초 미국의 언론인 해리슨 솔즈베리가 『새로운 황제들,모와 등 시대의 중국』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모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관계를 폭로한데 뒤이어 엊그제 홍콩의 중국 관계전문지 『쟁명』은 모가 호색한임을 입증하는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여자를 좋아하는 일이야 흔히 있을 수 있지만 모의 경우를 보면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나는 것들이어서 역시 그의 이상심리 상태가 그를 난잡한 성관계로 이끌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과연 정상적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대통령 선거를 5개월 남짓 앞두고 요즘의 신문들은 후보자들에 관한 여러가지 기획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제 중앙일보는 후보자들이 남발하는 공약·공약들을 실었다. 큰소리·헛소리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것도 혹시 이상심리의 소산들은 아닌지 연구과제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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