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부시에 잇단 '러브 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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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해외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을 내년 베이징(北京)올림픽에 초청한 것이다. 또 중국은 요즘 사상 최대 규모의 구매 사절단을 미국에 보내 120억 달러가 넘는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베이징은 또 대미 수출은 줄이고 수입은 늘리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 폭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다. 베이징이 워싱턴에 구애 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 올림픽 개막식에 부시 초청=1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의 초청에 가타부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일단 외교채널로 후 주석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관은 "중국이 부시 대통령을 초대한 것은 올림픽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후 주석은 지난해 워싱턴 방문 시 양국 정상이 매년 상호 방문을 통해 국제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 대규모 구매 사절단 파견=미국과 중국은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양국 첨단기술협력 포럼을 열었다. 이 회의에는 중국 208개 기업 경영진 369명으로 구성된 구매 사절단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 시작 전 이들은 우선 43억2000만 달러어치의 정보통신(IT) 제품 구매 계약에 서명했다.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컴퓨터 등이 주요 구매 품목이다.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보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소프트웨어 13억 달러어치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사절단은 워싱턴에서 경제전략회의가 열리는 23일까지 미국 전역을 돌며 80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더 사들일 예정이다. 모두 120억 달러어치가 넘는다. 중국의 대표적인 IT업체인 팡정(方正)그룹 웨이신(魏新) 총재는 "미국의 첨단기술과 중국의 제조기술이 힘을 합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기술협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60억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 구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중국은 23~24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경제전략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구매 사절단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대미 무역흑자 감소 노력=후 주석은 9일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미 상무부는 3월 대중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6.4% 줄어든 172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이 대미 수입을 대폭 늘리고 수출은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매월 300억 달러에 육박하던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올해 들어 220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신 매월 50억 달러 수준이던 수입액은 2월부터 60억 달러 수준까지 늘렸다. 올해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보다 23% 늘어난 1782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를 가급적 줄여보겠다는 것이 베이징의 생각이다. 중국 상무부 마슈훙(馬秀紅) 부부장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 제품 수입을 늘리면 양국 기술교류도 활성화되고 무역흑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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