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곳곳 물싸움/이웃끼리 충돌… 지역간 맞서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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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삼남지방 대지를 불태우는 가뭄은 인심마저 말라붙게 만들고 있다. 타들어가는 농작물에 한방울의 물이라도 더 주려는 농심은 곳곳에서 물싸움을 벌여 경북에선 농민이 구속되고 전남에선 경찰에 입건되는 일까지 생겼다.
모자라는 물을 뺏기지 않으려고 교대로 물줄기를 지키는가 하면 대규모 저수지를 가진 지역에서는 농용수로 쓰기 위해 하류지역의 대도시 상수원 취수장 문을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간 물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안고있다.
경북 선산군 해평면 창림리 윤창화씨(37)는 지난달 25일 같은 마을 김정태씨(65) 등 2명이 자기 논 근처에 관정을 파 자기 논 관정의 물이 안나온다고 김씨를 낫으로 찔러 중상을 입히는 바람에 지난달 27일 경찰에 구속됐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충리 신모씨(51·여)는 이웃 홍모씨(69) 논으로 들어가는 물을 자기논으로 돌리려다 말다툼 끝에 홍씨를 밀어 넘어뜨려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2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전남 승주군 별량면 대룡저수지 주변 몽리민들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저수지의 조금 남은 물을 가두리양식장측에 뺏기지 않으려고 10여일째 물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30년만에 저수지가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내 논에 댈 물조차 모자랄 지경인데 가두리양식장 역시물이 모자라 물을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양식장 인부들이 물길을 막지못하도록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교대로 경비하는 바람에 하루에도 4∼5차례씩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전북 임실군의회 섬진강수계 특별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뭄이 극심해지자 전주시 상수도 취수장인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 수원지의 취수문을 개방,농용수로 사용할 것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 70년 3월 이 수원지가 전주시 상수원으로 지정될때 농작물에 지장을 줄때는 군수 재량으로 취수보 수문을 열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허가했기 때문이다.
임실군의회는 전주시 급수난을 감안,1일 임시회에서 이 안의 의결을 다음회기까지 늦추었다.
그러나 의회측은 가뭄이 더 심해질 경우 수문을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칫하면 지방자치단체간의 물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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