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따리 상인들 동대문시장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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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태원은 “가짜 외제 많다” 기피/값도 싼 국산찾아 90%가 발길
외국 상인·관광객들에게 쇼핑명소로 알려진 이태원의 인기가 퇴조하는 대신 동대문시장이 새 명소로 떠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88올림픽이후 나타나 작년말부터 가속돼 현재 동구·남미 등의 상인 90% 이상이 광장·평화시장 등 동대문 쪽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동대문시장 일대는 새벽부터 물건을 사려는 외국인 보따리장수로 북적거리고 있으며 일대 관광호텔 등은 장기호황을 누리는 등 상권판도 변화가 뚜렷해졌다.
1일 오후 2시 서울 청계천6가 신평화시장의 한 신발도매상.
나비드씨(29) 등 이란인 세명이 다소 서투른 한국말을 섞어가며 40대 주인과 흥정을 벌인다. 『한 켤레에 13달러』 『그값엔 안됩니다. 15달러….』
이들은 주인이 국산 브룩스운동화 한 켤레에 15달러를 요구하자 그 가격엔 그만두겠다며 인근 가게로 옮겨 르카프 신발 1백켤레를 주문한뒤 숙소인 S호텔로 돌아갔다. 지난주 입국한뒤 이들이 이날까지 구입한 운동화는 모두 8천5백만원어치.
나비드씨는 『작년 처음 왔을 때엔 이태원·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샀으나 값이 두배가량 비싼데다 LA기어·리복 등은 사봤자 가짜가 많아 아예 한국상표가 붙은 신발을 산다』고 말했다. 반면 이태원 1천2백여 상가는 외국상인의 발걸음은 아예 끊겨 버리다시피 했고 그나마 관광객도 격감,매상이 절반가량 줄었다. 최근엔 문닫는 업소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양복·가방점 80여곳이 가죽점으로 업종전환을 했으나 외국상인들의 외면엔 속수무책인 상태.<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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