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때우려는 「정신대 보상」/김진국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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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일간 양대 현안중 무역역조 문제는 1일 「행동계획」이 발표됨으로써 나머지 일제하의 한국인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것도 6월이란 시한에 밀려 조만간 양국의 조사 결과와 함께 그에 대한 대책도 발표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행동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보인 태도를 보면 근본적인 과오의 인정이나 진상 규명보다는 사죄의 크기를 돈의 액수로 산정하는 씨름을 벌이자고 나서지 않을까 염려된다.
『종군위안부는 민간인들이 한 것』 『65년에 법적으로 끝난 문제』 『법적으로 끝난 문제지만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등 일본정부의 뉘우침없는 태도는 앞으로 진행될 경로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65년의 한일회담이 과거사에 대한 정리없이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과 탄압에 눌린 조선인의 고통을 값으로 매겨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바람에 두고 두고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본의 「통석의 념」을 표시하기까지 무수히 과거문제를 다시 거론해야 했고,교과서에서 단어 하나를 고치기 위해 수없이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오히려 『65년 한일회담으로 끝났는데도 한국인은 끝없이 과거사만 들먹여 상대하기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경제원조를 갈망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최근 태도에 더욱 고무되고 있는듯 하다. 과거사를 「돈」으로 덮어 버릴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한국인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당장 성격에 관계없이 돈을 받으면 또 다시 일본을 오만과 착각의 늪으로 밀어넣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정부 문서보관소에서 정부의 관련사실을 밝히는 문서가 「발견」되는 등 필요에 따라 정보의 공개를 조절하는 일본측의 자세로는 단기간에 진상을 밝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년이 아니라 5년,10년이 걸려도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몇푼의 돈으로 과거의 진실을 팔아버리는 우는 한번의 실수로 족하다.
이런 성급한 「문제 해결」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한국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든가하고 정신대문제는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때까지 한일간의 문제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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