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수영 2연패 야심-수리남 네스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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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광이여 다시 한번-. 수리남의 국민적 영웅앤터니 네스티(24) 가 서울올림픽에 이어 올림픽수영 2연패의 야심에 부풀어 있다.
네스티는 서울올림픽 남자 접영 1백m에서 매트비온디(미국) 가 우승하리라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1위로 골인하며 흑인으로서는 올림픽 수영에서 첫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은 주인공.
서울올림픽 성화가 꺼진지 4년이 지나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잊혀졌지만 고국 수리남에 선 아직도 명성이 자자하다.
남아메리카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인구 41만명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네스티는 어디를 가나 그를 알아보는 국민들의 성화로 연습을 제대로 못할 지경.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을 때 1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국립경기장에 운집, 대대적으로 환영했고 유일한 국제규모 수영장이 있는 실내체육관 이름은 그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우표·동전에도 얼굴이 새겨지고 지난해 호주선수권에서 다시 우승했을 때는 정부가 하루를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였다.
이러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아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항상 허름한 군복을 걸치고 다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대접받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나를 평범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가는 곳마다 밀치면서 악수를 청해 난처하게 만든다.』
현재 플로리다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네스티는 9세 때 아버지 로널드 네스티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 85년 미국으로 건너가 잭슨빌의 볼스고교에 들어갔다.
언어·문화 장벽을 극복하고 훈련에 전념한 그는 16세의 나이로 LA올림픽에 수리남 대표로 출전했으나 21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맹훈을 거듭, 취약점인턴동작을 집중적으로 보완함으로써 87년에는 세계랭킹 4위에까지 올라갔다.
1m80㎝·78㎏의 탄탄한 체격을 가진 그의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 접영 선수의 경우 골인 지점이 가까워오면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네스티는 오히려 가속도가 붙는다.
수영선수로서는 마지막이 될 나이에 국민적 성원을 업고 다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자못 관심거리다.

<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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