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불 영화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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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영화가 국내시장에서 6개월 가까이 연속 히트하는 전례 없던 현상이 일어났다.
올 초 『마농의 샘』으로부터 불기 시작한 프랑스 영화 바람은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증폭돼 현재 상영 중인 『델리카트슨 사람들』『연인』에까지 관객들이 줄을 잇게 해 열풍 조짐까지 보인다.
이 영화중 『연인』을 제외하고는 『마농의 샘』조차 「충무로」에서는 흥행 성이 없는 영화로 치부했었다. 이는 흥행 예측에 있어 「충무로」의 비 과학성을 드러내는 대목인데, 어쨌든 요즘 「충무로」는 「충무로」답게 프랑스 영화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개봉 대기 중인 것만도 『인도차이나』 『2천년간의 사랑』 『반 고흐』, 『마담 보봐리』 『발몽』 『그랑 블루』 『생의 저편에서』 『아버지는 나의 영웅』등 13편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수입된 5편보다 3배 가까이 나 많은 것으로 하반기에는 더욱 많은 프랑스 영화가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프랑스 영화 수입이 급증하는 이유는 물론 흥행이잘 됐고 또 잘 될 것이라는 수입 업자들의 기대 때문이다.
영화전문가들은 이 같은 흥행가능성을 ▲프랑스 영화 자체의 변화 ▲미 직배영화의 여파에서 찾고 있다.
최근 프랑스 영화계는 과거 세계시장에서 미국영화와 어깨를 겨뤘던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대작영화를 만들도록 장려하고 있다.
『연인』 『퐁네프의 연인들』 『인도차이나』등이 그런 영화들로 이 작품들은 미국 영화에 견줘 손색 없는 물량에다가 프랑스 영화 특유의 명료한 주제를 앞세운 작품성까지 겸비해 세계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다.
또 액션영화 『니키타』를 연출한 뤽 베송 감독 등 최근 프랑스 감독들은 연출기법에 할리우드 식의 빠른 커팅을 시도해 미국영화가 몸에 젖은 관객들에게 프랑스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도 프랑스 영화의 세계시장을 넓힌 데 크게 일조 했다.
한편 국내여건으로는 미국 영화직배로 수입업자들이 유럽, 특히 프랑스 쪽에서 활로를 찾다보니 프랑스 영화 수입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변화한 프랑스 영화와 국내관객이 자연스럽게 만나 성공적인 흥행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계는 미국영화보다 덜 상업적인, 따라서 더 예술적인 프랑스 영화, 나아가 유럽영화가 한국관객과 자주 만나는 것이 관객들의 진정한 영화관람 취미를 위해 매우 바람직스러운 현상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수입업자들의 고질병인 마구잡이 수입·과당경쟁 등이 유럽영화 수입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다.
실제로 지난해만해도 평균 편 당 5만∼10만 달러 선이던 프랑스 영화가 올 봄부터 국내 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수십만 달러, 심지어 1백만 달러 가까이 뛰는 추태를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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