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101번째 생일상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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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렸을 때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효도를 다했기 때문에 오래 사는가 싶어. 마음의 여유를 갖고 효도하며 사는 것도 건강 비결의 하나지."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역 앞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이성수(李性洙) 할아버지는 19일 1백1번째 생일상을 받는다. 1902년에 태어난 그는 슬하에 3남6녀를 뒀다. 애석하게도 부인과 장남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지난해 열린 1백회 생일잔치에 모인 가족만 1백20여명에 이른다.

그는 40여년간 중개업에 종사해온 '현역 최고참' 중개업자다. 그래서 몇년 전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1백살이 넘었지만 돋보기 없이 손님들이 놓고 간 명함을 뒤적거린다. 또 청력도 좋아 휴대전화 통화도 한다. 사무실로 놀러오는 70~90대 '이웃 동생'들에 비해 훨씬 젊게 살고 있다.

벌교읍 장양리에서 태어난 그는 열여섯살 때 집에서 4㎞쯤 떨어진 읍내 보통학교를 줄곧 걸어다녔다. 벌교 주변을 크게 벗어나 생활한 적이 없는 그는 "하루에 10㎞가량을 걸었다"고 말했다.

젊어선 일본인 농장에서 일도 했다. 소작농들의 벼 생산량을 조사해 일본인 농장 주인에게 보고하는 일이어서 부지런히 걸어다녔다고 했다. 지금도 매일 오전 8시30분 집을 나서 1.5㎞ 떨어진 사무실까지 걸어 출퇴근하며 낮에도 어지간한 거리는 걷는다. 커피는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지만 술은 잘 취하는 체질이어서 입에 대지 않는다. 담배는 하루 2개비만 피운다.

아들 이동렬(61.순천시)씨는 "최근 모 방송국 주선으로 아버님을 모시고 전남대 병원에서 종합검진한 결과 건강 연령은 70대, 다리 근육 연령은 60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성=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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