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산 도전 뒷바라지에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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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7월 중순 독립국가연합의 천산 산맥에 한국인들이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물론 저도 다른 산악인들과 함께 등반할 예정이지요. 함께 등반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제 비즈니스의 보상인 셈입니다.』 해외고산원정만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국제캠프」의 대표 박영석씨(28)는 국제캠프를 열고 처음 추진한 천산 산맥 등반 일이 가까워오면서 마음이 더욱 설렌다고 했다.
천산 산맥은 중국과 독립국가연합을 동서로 가로지른 1천6백㎞의 대 산맥으로 이번에 우리 나라 산악인들은 7천m급의 포베다(7천4백39m)와 칸텐그리(7천10m) 두 봉우리를 목표로 떠나게 된다. 국제캠프가 하는 일은 바로 이번 경우처럼 국내의 산악인들이 해외고산원정을 하게 될 때 필요한 행정업무·교통알선 등 갖가지 필요한 업무를 대행해 원정의 편의를 돕는 것. 카자흐에 있는 국제캠프와 계약, 박씨를 비롯한 4명의 산악인들은 원정등반대가 복잡한 절차에 신경 쓰지 않고 간편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모든 중간 과정을 대행하고 있다.
『제가 실제로 등반을 해오면서 입산할 국가에 제출하는 허가신청서를 내고 짐을 부치는 등 준비과정에서 번거로움을 느껴왔습니다. 산악인 선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업무를 대행해줄 곳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죠.』 박씨가 국제캠프를 열게된 동기다. 전에는 이런 업무를 몇몇 여행사에서 대행해주곤 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곳은 국제캠프가 처음이며 유일한 곳. 더욱이 박씨가 평소 친분을 맺어온 카자흐의 산악연맹회장 카지벡 발리예프씨(38)의 적극적인 협조 덕택에 저렴한 가격으로 산악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산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을 주선해주고 등반을 하는 것으로 족하지요? 40여명이 원정을 떠나는 경우에는 4명까지 함께 떠날 수 있는 여유 분이 생기게 됩니다. 이번엔 모두 46명 정도가 떠나고 우리 직원 3명이 함께 떠날 예정이지요 .그것이 우리 사업의 보람입니다』라고 말하는 박씨는 산악동아리에 들기 위해 대학까지 옮긴 「산에 미친 사나이」. 82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83년 동국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산악회 중에서 명성이 높은 동국산악회에 가입해 산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1학년 때는 국내의 산들을 두루 섭렵했고 2학년 때부터 북 알프스·히말라야의 낭시사리 1, 2봉과 랑탕리봉, 소련의 코뮤니즘봉 등 해외의 높은 봉우리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덕분에 그가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는 거의 없을 정도라고.
『88년에는 아이거분벽에서 선배를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제 자신이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산에서 돌아와 앉아있으면 불가항력처럼 산이 자꾸 절 부릅니다』라며 그는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린 산악인들을 위해 93년엔 인도와 중국에 캠프를 차릴 계획이고 이후에는 남미·아프리카까지 캠프를 확장해 보고 싶다며 다부진 의욕을 보였다. 실속 없는 장사 때문에 모자라는 운영비는 등산장비 수출입, 스키투어, 게스트하우스(네팔) 운영 등의 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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