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무성한 에너지 절약대책(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봄부터 정부가 에너지 절약이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대국민 홍보를 하면서도 효과가 있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쪽에서는 바르셀로나올림픽 종일 중계방송이 추진되고,다른 한쪽에서는 에너지가격체계에 대한 결정을 계속 얼버무려 휘발유 등의 소비 급등에 제동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관계자 대책회의를 할때마다 내놓는 대책이 고작 1가구 2대이상의 차량에 대한 중과세 방침과 수요자금융 규제책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한다는 것 정도다.
이런 대책이란게 도대체 언제부터 거론되었던 것인가. 그저 모였다 하면 똑같은 메뉴를 다시 책상위에 올려 놓으면서 적절한 대책이냐 아니냐를 또 논의하는 것은 결국 예고효과를 노린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이루어진 것이 무엇이며,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책인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문제를 다루는 정부는 이미 국민에게 널리 알린 바와 같이 「올 여름의 에너지 사정이 매우 어려워 국민 모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한송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심각하게 대응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이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올림픽 행사를 포함한 낮 중계방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오후 2∼4시 사이의 TV방송 불허로는 가까스로 전력수급 차질은 막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름철 TV시청에 수반되게 마련인 각종 냉방기 가동에 따르는 추가 전력소비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TV 낮 방송은 에어컨마저 켜지말자는 정부 캠페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각 방송사의 구체적인 올림픽 중계계획을 놓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에너지 과소비의 주인은 산업시설에 못지않게 수송부문에 있다. 특히 자가용 승용차의 유류소비 급증추세가 최근 몇년동안 두드러지게 나타나 1가구 2대이상 보유가구에 대한 중과세문제가 2년전부터 여러차례 거론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손에 잡히는 실행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말만 꺼냈지 가구별 승용차 보유대수를 파악할 전산망 준비도 안돼있다. 자동차 경기가 불황을 맞고있는 이때 승용차에 대한 할부금융 억제도 말처럼 가능한 것인지,또 억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언급이 없다. 이렇게 그저 운만 떼고 말아서는 정부행정에 신뢰성이 가지 않는다.
셋째,에너지 가격체계 조정에 대한 정부의 단안이 빨리 내려져야 한다. 여름 휴가철에 예상되는 에너지소비 급증추세를 가격으로 대응할 것인지,또는 세제를 통해 억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물가가 걱정된다고 해서 계속 미루다간 내년 이후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말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