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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데이콤 PC서브 심리학동호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차마 터놓고 말하기 힘든 비밀이나 고민·슬픔을 간직해 괴로워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같이 나눕시다.』
데이콤의 PC서브 내에 있는 PC통신동호회 중에 심리학동호회(약칭 심동)가 있다. 이 모임은 지난 90년7월 부인희씨(현재 이화여대 교육심리학과 3년)등 20명이 조직했다.
부씨는『점차 남을 생각지 않으며 메말라 가는 인간사회에서 남의 괴로움을 내가 가진 괴로움으로 알고 서로 같이 나눌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해 이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씨에 이은 2대 시삽(회장)은 김상범씨(27·회사원(220)7017). 회원은 약 1천2백 명이며 중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전문동호회답게 정신과수련의에서부터 심리학전공의 대학교수까지 직업도 갖가지.
심리학동호회의 PC통신 화면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있는 메뉴 중 하나는「비밀의 방」.
여기에는「간직하기 힘든 아픔」「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분야가 있다.
이 화면에는 물론 상담받고 싶은 본인의 인적사항이 기록되지 않으므로 영구 비밀보장이 되는 셈.
가정불화·남녀관계·학교성적 등에 대한 문제가 주로 많이 거론되고있다.
김 시삽은 지난90년 교제중인 상대여성보다 열등한 환경 때문에 고민에 빠져 극도의 우울증세를 보인 P씨에게 회원 모두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 이들의 관계를 원만히 만들어주었던 일을 성과 중 한 예로 꼽는다.
당시 대학 복학생이며 회원인 P씨는 세칭 일류대학 졸업반이었던 여성에게 호감을 느꼈으나 학교는 물론 가정환경조차 비교가 안돼 이를 크게 비관해 동호회에 호소해왔던 것.
지금껏 회원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6월의 동성연애자 사건.
당시 신원불명의 회원 하나가 화면으로 동성연애 남성을 구한다고 했다. 깜짝 놀란 회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해 올바른 인도방법을 찾아야 할지, 부정적으로 취급해 탈퇴시켜야 할지 의논하던 중 운영위원 1명이 갑자기 사망해 이를 수습하느라 바빠 급한 김에 그냥 탈퇴시켜 버렸다.
김 시삽은『시간적인 여유만 있었어도 좀더 바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방안이 연구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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