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보도 편의주의 반성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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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지법 동부지원이 영장의 취재를 불허했다 해서 각 언론이 집중포화로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 바탕을 둔 역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주장이 옳은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주장에 앞서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다른 문제에 대해 자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언론의 자유를 취재기자의 개인적 자유로 착각했던 일은 없었나 하는 점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봉사했는지, 아니면 직업의식에 도취된 기삿거리 사냥에 불과했는지에 대한 점이다.
9일자 사설은 사생활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자유도 그에 못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쯤이야 무시돼도 좋다는 비교우위의 사고로 들린다.
동부지원의 결정이 사법부의 자기편의주의라고 한다면 언론은 보도편의주의에만 집착했던 잘못이 전혀 없었던가.
영장의 공개불허는「유죄로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의 추정을 받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법원도 사실은「무죄로 확정되기까지는 유죄의 추정을 받는다」는 역원칙이 현실임을 생각할 때 이유치고는 설득력이 없고 경찰의 자의적 판단일 수도 있는 불완전한 조서를 바탕으로 마구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라는 원칙을 들이대는 언론의 틈바구니에서 개인은 어느 편을 들 수도 없는, 아주 어정쩡한 자세가 될 수도 없다.
집단과 집단은 언제나 이처럼 대결의 구도만이 최선인지 양쪽에 다 묻고싶다. <김상국(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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