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법개정의견 적극수용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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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 정당과 후보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12월 대선이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높은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 대통령선거법을 대폭 손질하는 개정의견을 공식제기해 정치권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선거회수가 거듭될수록 돈 적게 드는 공명선거에 대한 국민염원은 절실해지고 있지만 그동안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비용은 갈수록 급증하고 과열·타락·낭비는 계속 증폭되기만 했다. 지난 3·24총선에서도 보았듯이 자유당시대 이래의 켸켸묵은 관권개입현상도 여전해 안기부의 흑색선전,군부재자투표 부정같은 창피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공명한 선거관리의 책임을 맡은 선관위가 선거의 부정적 요소를 제도적으로 개선·개혁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며,정치권은 선관위의 개정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거현실에서 가장 절실한 요청은 과열·타락·낭비요소의 최소화,불법·탈법소지의 봉쇄,돈적게 쓰는 선거운동,지역대결의 억제 등 몇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본다. 선관위의 개정안도 대체로 이런 방향에서 마련된것 같다.
선거운동기간을 30일에서 21일로 줄이고 옥외집회·당원단합대회의 회수를 제한하며,유급선거운동원 수를 줄이는 것 등이 그런 예다. 말썽 많던 군부재자 투표를 영외에서 하도록 하고 선거사범의 사법처리기간을 단축하는 등 탈법방지와 처벌강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현행법이 몇가지 선거운동 방법외에는 모조리 금지시켜 사실상 수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포괄금지규정을 폐지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관위는 이같은 개정의견을 국회가 되도록 빨리 심의해 선거법을 조기확정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역시 동감이다. 원래 선거법은 선거에 임박할 수록 각 정파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하기 때문에 개정협상이 쉽지 않다. 공명보장이나 탈법방지보다는 당리당략으로 밀고 당기다가 막후흥정의 졸속입법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금 여야 각 정당과 후보들의 동태를 보면 막상 해야할 일은 뒷전에 밀어두고 표나오고 인기높일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입으로는 조기과열 억제를 말하면서도 각종 단체나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생색용 공약을 하는데 바쁘다. 미리부터 연구하고 국회에서 빨리 심의해야 할 선거법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당도 진지한 대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직 개원도 못한 터에 곧이어 삼복더위가 다가오는데 언제 연구하고 언제 협상하겠는가.
각 정당은 뒤늦게 시한에 쫓기는 선거법협상을 벌일게 아니라 지금부터 선관위의 개정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 가급적 빨리 심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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