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창동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북창동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 북창동 S클럽.
한국은행 본점~남대문~프라자호텔로 이어지는 삼각형 모양의 북창동은 300여 개의 음식점이 몰려 있는 대표적인 먹자골목. 그러나 30~40대 샐러리맨에게는 ‘북창동 식’ 술집으로 더 유명하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 데다 포장마차부터 유흥주점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서소문ㆍ명동ㆍ무교동ㆍ을지로 등 주변에서뿐만 아니라 외곽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금요일인 4일 오후 11시. 유흥주점이 밀집해 있는 거리는 황금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삐끼’들이 명함을 주며 손님을 유혹하는 것 외에는 썰렁한 모습이다. 북창동관광특구협의회 민병렬(57) 회장은 “사건이 불거진 뒤 경찰관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취재기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영업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유흥주점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손님이 줄겠지만 북창동이 언론에 많이 오르내려 홍보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북창동에서 맥주집을 운영해 온 이모씨는 “요즘 김승연 회장 사건의 무대가 된 S클럽이 어디냐고 묻는 손님이 많다”며 “이 업소가 명소가 되면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북창동 유흥가는 1980년대 중반 업소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100여 개가 불야성을 이루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예약제’를 거부하고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15개 업소가 근근이 명성을 잇고 있다. 한 달 전 L업소가 문을 닫고 매물로 나와 있지만 새 주인이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몇 곳은 서류상으로만 영업할 뿐 실제로는 장사가 안돼 폐업한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남 유흥주점에 손님을 빼앗긴 결과다.
이곳 업소들은 대형화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작은 주점끼리 합치거나, 자본력 있는 주점이 2~3개의 주점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30개 이상의 룸을 확보하게 된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큰 룸은 한꺼번에 20여 명의 손님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업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몇 년 전 1인당 30만~40만원 하던 술값이 현재는 20만원으로 떨어졌다. 북창동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어림잡아 1000명. 여성 접대부 300여 명, 영업상무 600여 명에 웨이터가 100여 명이다. 이 밖에 영업을 총괄하는 전무가 업소마다 있다.
주점의 매출액을 좌지우지하는 영업상무는 30세 전후의 남성이 주류지만 여성도 30% 정도 된다.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고 작은 선물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한 사람이 100~200명의 단골을 관리한다. 이들은 자기가 유치한 손님이 내는 술값의 35%를 수입으로 챙긴다. 유능한 영업상무는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업소 주인들은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분의 일부를 떼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