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약물로 조절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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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12면

“정신과에서도 약물치료를 하나요?”

부작용 적은 신약 속속 개발… 안전하고 효과 빠른 전기경련 요법 인기

환자 보호자를 접하면 적지 않게 받는 질문이다. 정신질환에 대해 일반인이 갖고 있는 인식을 보여준다. 약물치료가 상담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인 질환이 많고, 약물치료를 함으로써 뇌 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결핵이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그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학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같은 생물학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정신분열병은 한 가지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다. 가장 유력한 이론은 소위 ‘도파민 가설’이다. 뇌 속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정신분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투여하면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기존의 항정신병 약물들은 정형 항정신병 약물이라고 하는데 치료 효과는 좋으나 손발이 떨리고 몸이 굳는 부작용이 있었다. 최근에는 기존 약물이 갖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들, 즉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우울증도 세로토닌ㆍ도파민ㆍ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로 발병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 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로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선택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을 꼽는다. 이러한 항우울제들은 야뇨증ㆍ공황장애ㆍ강박장애에도 사용되고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병)의 치료에는 기분안정제를 사용한다. 1949년 존 케이드가 리튬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카바마제파인ㆍ발프로에이트 등 항경련 약물도 쓰이고 있다.이들 약물은 약리작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작용이 생기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을 이유로 약물을 스스로 끊어서는 안 된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는 특이한 치료방법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전기경련 요법이고, 다른 하나는 뇌 수술(정신외과 수술)이다.

전기경련 요법은 환자의 머리에 70~130볼트의 전류를 0.1~0.5초간 통하게 함으로써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요법은 우울증ㆍ조증ㆍ정신분열병 등에 쓰인다.

정신외과 수술은 정신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정신질환이 아주 심할 때 사용되는 방법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절제하는 것이다. 윤리 시비로 널리 시행되지 않다가 최근 뇌의 특정 부위만 정확하게 절단하거나, 전기나 초음파로 주변 부위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만성 정신질환, 난치성 우울증, 강박장애 환자 등에게 사용해 볼 수 있다.

기타 생물학적 치료에는 광(光)치료가 있다. 1500~10000룩스 정도의 강한 빛을 1~2시간 노출시키는 치료 방법으로 계절성 정동장애,수면장애, 야간 교대근무 후유증, 시차 적응 등에 쓰인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두피와 두개를 통해 특정 뇌 부위에 전자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으로 전기경련 요법과 달리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치료 방법은 우울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정신분열병 등의 질환에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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