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샤워 해도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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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환경호르몬의 반격
D. 린드세이 벅슨 지음, 김소정 옮김, 아롬미디어, 468쪽, 1만원

호르몬은 재촉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horman'에서 나왔다. 우리 몸의 천연 호르몬은 신체의 성장과 발달은 물론 성욕과 생식능력, 행동과 지능, 노화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생리적 기능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화학물질 중에 우리 몸에 들어오면 천연 호르몬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있다. 이를 환경호르몬이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나 먹고 마시는 식료품의 형태로 우리 몸속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이 균형을 깨거나 천연 호르몬의 역할을 변형시킨다는 점이다. 어린이 행동장애, 남성 정자 수 감소 등 그 영향력은 심각하다.

DES(디에티스틸배스트롤)라고, 미국에서 1938년부터 유산 방지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스트로겐 약품이 있다. 그런데 임신 중 이 약을 복용한 1000만 명의 여성들 자녀들은 희귀질병인 질암을 비롯해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이런 사실이 입증된 뒤에도 미국에서는 1940년대 초반부터 가축들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료에 DES를 섞어 먹였다. 이런 가축의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불임, 발육 부진 같은 질환을 앓자 59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닭과 양의 DES섭취를 금지했다.

책은 실제 DES주사를 맞은 어머니 탓에 유방암 등 각종 여성질환으로 여덟번의 수술을 받은 환경생물학자이다. 전문 지식을 동원해 환경호르몬의 정체와 영향을 고발하고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찬찬히 설명해준다.

지은이에 따르면 너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거나 샤워를 해도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돗물에 녹아있는 염소 중 절반이 클로로포름인데 뜨거운 물을 쓰면 기체로 변한 클로로포름이 다른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함께 피부로 스며들거나 호흡을 통해 흡수된단다. 그러면서 욕실에서 독소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P 디클로로벤젠이 포함된 공기청정제와 탈취제 사용금지, 환기팬 작동 및 창문 열어놓기 등을 권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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