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발 탁구라켓 사장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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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순수아마추어 탁구동호인이 중국 타도의 일념으로 제작, 국제발명 신제품전시회에서 은메달까지 수상한 변형 신 라켓이 체육계의 무관심으로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20년이 넘게 탁구동호인으로 활동하던 이종완(57)씨가 셰이크핸드 라켓의 기존 「일자형」손잡이를 손에 쥐기 편한 「커브형」으로 바꿔 특허를 출원한 것은 지난해 10월26일.
마치 총을 잡듯이 라켓을 쥔다해서 「건 그립(gun grip)」이라 명명된 이 기발한 착상의 커브형 손잡이 라켓은 당시 단순한 외형상의 변화측면보다 쥐는 방식에 따라 바운드가 달라지는 볼의 불규칙성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중앙일보 91년12월10일자 보도)
그러나 새로운 라켓을 보급, 중국의 이질러버에 대항코자했던 이씨의 꿈은 곧 엄청난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영세한 국내 라켓제조업체들이 수지타산을 우려, 생산을 꺼리는 데다 정작 신 라켓을 연구, 검토해 실용가능성을 따져보아야 할 탁구협회·체육부 등 유관부서들이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경북 왜관의 미군부대 군속으로 라켓을 자체 생산할 형편이 못되는 이씨는 방법을 찾아 지난 4월 체육부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탁구라켓을 이렇게 마구 만들어도 괜찮으냐』는 핀잔 섞인 몰이해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을 정도. 특히 신 라켓 개발로 큰돈을 벌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받을 땐 슬프기까지 했다고.
답답해진 이씨는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8회 피츠버그 국제발명 신제품전시회에 4백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신 라켓을 출품, 디자인부문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
이 대회에 참가했던 중국·스웨덴 등 탁구강국출신의 많은 스포츠인들이 이씨의 라켓을 탐내 「하나만 달라」고 주문이 빗발쳤을 정도.
때문에 국제특허출원을 계획하고 있던 이씨는 더욱 다급해졌다.
신 라켓·신기술·신인의 3신 정책으로 세계탁구를 제패했던 중국이 이씨가 국제특허를 받기 전 변형라켓 생산에 성공하면 중국 이질러버의 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이씨의 노력은 그만 허사가 되고 맡기 때문이다.
이씨는 오늘도 자신이 품질의 우수성을 그토록 확신하는 변형라켓 생산에 도움을 줄 라켓제조업체나 독지가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고대하고 있다. 【대구=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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