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난이 죄”/번지는 어린이 매춘(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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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대 포함 50만명 「노예생활」/정부에선 에이즈 예방 콘돔 나눠주는게 고작
어린이와 10대 소녀들의 매춘으로 브라질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년전부터 브라질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던 매춘 어린이들은 국가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면서 이제는 그 수가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보호단체인 브라질 어린이권리보호센터(BCCR)의 안나 필게이라스국장은 『1950년이래 최악인 경제사정이 호전되지 않는한 어린이 매춘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필게이라스국장은 『경제적 위기가 어린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런 어린이들에게는 매춘이 손쉬운 생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보호센터들이 거리를 나도는 어린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운영하고,에이즈예방을 위해 매춘 어린이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브라질에서는 매춘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때문에 오래전부터 매춘이 보편화되어 있다. 봉건적인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북동부지역이나 아마존유역의 극빈지역에서 매춘이 특히 성행하고 있다.
바로 이런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가난한 가정의 소녀들이 대거 매춘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술집 등에 종사하는 브라질의 어린소녀들 대부분은 식당이나 상점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져 금광촌 등을 찾았다가 매춘굴로 빠져 들고있다.
이 어린 소녀들을 이런 지역으로 유인해오는 조직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소녀들에게 차비·숙식비 등의 명목으로 빚을 지워 올가미를 씌운다.
한국의 인신매매조직과 유사한 이런 조직에 걸려들기만 하면 좀처럼 빠져 나가지 못하고 노예생활을 강요당한다.
만약 어린 소녀들이 도망치려다 잡히기라도 하면 모진 고문을 당하고,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는다.
어린이 매춘이 늘어난 또다른 원인으로 가정내에서의 성폭행이 크게 증가한 점도 꼽힌다.
어린이권리보호센터의 필게이라스국장은 매춘 어린이들을 상담한 결과 상당수가 부모주변 사람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아픈 상처를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린이 보호센터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매춘 어린이들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성활동은 아주 활발하다고 전제,『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도 의사검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에이즈에 무방비상태』라고 우려했다.
또 많은 소녀들이 미혼모를 어머니로 두었으며,그 자신도 미혼모가 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소녀들이 많이 고용된 술집에 가면 이들이 낳은 어린아이들이 홀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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