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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지역 전자파공해 심하다|전자파기술학회 조사서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고층건물이 가득 찬 대도시일수록 방송송출안테나 ·자동차 등에서 발산되는 전자파가 빌딩에 부딪쳐 반사되거나 회절(반사로 인한 간섭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조사됐다.
전자파는 무선송출·송전시설·전자레인지 등 각종 전자기기 및 조명기구·자동차등에서 발산되는 것으로 인체에 아주 유해할 뿐만 아니라 여러 통신기기·전자제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선진국처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전자파의 반사와 회절을 막는 도료를 건물 벽에 칠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는 체신부 후원으로 한국전자파기술학회가 주관해 최근 열린 전자파 기술학술강연회에서 아주대공대 신철재·임한조 교수 팀(전자공학)이 발표한「국내 전자파 환경조사」에서 밝혀졌다. 신 교수 팀은 ▲서울역 대우빌딩 앞 ▲여의도광장 두레빌딩 내 ▲용인 ▲신갈 ▲김포 ▲파주 ▲수원 등의 일부지역을 표본지역으로 선정해 조사했다.
그 결과 대우빌딩 앞에서 전계강도가 강한 80∼1백㎒, 1백70∼2백㎒, 5백∼9백㎒대역의 전파가 강하게 반사와 회절을 일으키고 있었다.
임 교수는『앞의 두 대역은 모두 남산에 있는 방송송출안테나에서 발신되는 주파수로 남산타워 방향일 때만 제외하고는 전계·강도가 모든 방향에서 일정했는데 이는 곧 전자파가 주변건물에 강하게 반사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차량통행이 많은 남대문방향에서 측정한 5백∼9백㎒대역은 전기잡음의 전계 강도가 다른 방향의 전계 강도에 비해 10dB이상 높았다.
또 두레빌딩 내에서 측정한 결과 조사안테나가 방송국 방향일 때 50∼1백㎒, 1백70∼2백10㎒ 대역의 전계강도가 다른 방향에서 보다 훨씬 컸다.
신 교수는『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국민건강보호를 위해 건물 벽에 전자파 흡수도료를 칠하는 등 방지대책이 마련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전자파 공해에 대한 환경조사조차 돼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사팀이 용인·파주·김포공항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차량운행이 빈번한 지역과 송신안테나가 있는 지역에서만 전계강도가 다른 곳보다 10㎒이상 높아 건물 등 주변환경이 전파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운대공대 나극환 교수(전자공학)는「전자파의 인체유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전자파가인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미세립자와 이온의 운동방향을 바꿔 신경과 근육을 흥분시키며 백내장 또는 무정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84년의 WHO(세계보건기구)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의 변전소 종사자중 일부에서 염색체 파손이 발견됐으며 이들 자녀 중에 선천성 기형아가 많았다는 것.
이에 따라 현재 체코·폴란드·일본·CIS(독립국가연합)·미국 등은 전자파 발산규제기준을 정해 강력치 단속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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