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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왜 그렇게 사냐건 … 하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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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영화 제목이던가요, 아니면 드라마 제목? 귀에 익은 말이지만 실제론 들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린 시절 멋대로 장래 희망을 적어내면 부모님께선 기가 막힌다는 듯 말씀하셨죠. "그런 걸로 어떻게 먹고 살아?" 그런데 세월이 바뀐 걸까요, 사람이 변한 걸까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도시의 보헤미안'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번 주 week&은 바로 그런 자유인 세 명을 만났습니다. 콘티 작가 강숙, 건축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오영욱, 대중음악가 'DJ 소울스케이프'. 하는 일은 달라도, 억대 재산가는 아니어도, 그들은 말합니다. "내 멋대로 살아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지금 즐기세요."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대기업에 다니는 이명진(34)씨는 오늘도 보헤미안을 꿈꾼다. 대학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한 그는 음악에 푹 빠져 10대와 20대를 보냈다. 요즘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주크박스'를 만들어 음악을 올리고 가수들에 대한 평도 쓴다. 생계를 위해 회사에 다니지만 그의 눈은 늘 먼 곳을 바라본다. "언젠간 회사를 그만두고 음악 평론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이씨처럼 자유를 꿈꾸는 도시인이 많아진 것은 사회 변화와 관련이 깊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일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기업들도 외주 업무를 늘리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만 있다면 고정된 직장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인식도 바뀌었다. 제일기획 박재항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1990년대 광고에선 잘나가는 전문직을 묘사해야 젊은층이 좋아했다. 요즘 20대는 '나는 나를 좋아한다'는 카피처럼 자유롭게 사는 삶을 선망한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업체 커리어다음의 신길자 팀장은 이를 직업 시장의 변화로 설명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취업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도 쉬워졌죠.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물론 보헤미안의 삶이 핑크빛만은 아니다. 콘티 작가 강숙씨는 "처음 몇 년은 너무 힘들었다. 오로지 능력과 평판으로 승부해야 한다. 생활비도 없었고 인맥을 만들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가 'DJ소울스케이프' 역시 "안정된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 가끔 불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유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건축가 겸 여행작가 오영욱씨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를 관두고 4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며 더 많은 기회를 얻었죠. 남들처럼 탄탄한 기반을 닦진 못했지만 배운 것도 많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또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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