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좀 제대로 서자/차도 사람도 무질서 가중(자,이제는…: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줄서기」는 일상생활 어느곳에서나 마주치는 아주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사소한 일때문에 사람들은 『사회가 왜이리 엉망이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래도 살만한 곳이지』 기쁜 마음이 되기도 한다.
덕수궁옆 좌석버스 정류장은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서 가장 기분좋은 곳이다. 덕수궁정문앞에서 서소문입구까지 20여m 간격에 퇴근길이면 수백명 시민이 몰려 63번 김포공항행 등 10여개 노선의 좌석버스를 기다리지만 여느 정류장의 북새통은 볼 수 없다. 수십명씩 가지런히 줄을 서있는 앞으로 버스는 정확히 멈춰선다.
그러나 이곳 버스정류장의 줄서기 질서는 우리사회에서 사실은 극히 드문 「예외」다. 덕수궁 정류장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같은 시각 종로3가 택시정류장에서 줄을 선채 기다리는 10여명은 좀처럼 빈차를 잡지 못한다.
불과 10여m 앞에서 차도까지 내려와 『잠실』 『상계동』 등을 외쳐대는 얌체족들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들은 또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뻔히 보면서도 도로중간에 차를 세워 승객을 골라 태운다.
차도 사람도 「줄」을 포기하는 바람에 서로 엉켜 지체·혼잡이 가중되지만 누구도 양보할 태세는 아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부끄러운 무질서를 되풀이해야 할까. 유치원·국민학교에서 들어가 가장 먼저 배우는 줄서기. 『도심이니까』 『바쁘니까』 『복잡하니까』 줄을 설 수 없고 질서를 안지킨다는 대답은 결국 어리석은 변명이다. 우리는 정말 줄도 못서나.<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