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시장 “내우회환”/일제·동남아산에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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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들어 대리점 백30곳 문닫아/EC수출 41% 줄어… 경쟁력대책 시급
88년부터 섬의류를 누르고 10대 수출상품의 제1위 자리를 고수해온 전자·전기부문의 주요 품목인 가전제품이 수출·내수 양쪽 시장에서 한꺼번에 부진양상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수출비중이 큰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가전부문도 최근의 수출부진상황을 내수쪽에서 만회해보려는 터에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짐으로써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물론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60억5천만달러로 5.7% 증가율을 기록한 가전제품수출이 올해는 미국·일본·유럽 등 주력시장에서 고품질의 일제와 저가의 동남아산으로부터 협공을 받아 4월말 현재 신장은 커녕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줄어든 18억5천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대 EC수출은 마이너스 41.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는 올해 초부터 내수시장 확대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나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과열경쟁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대형제품 교체바람이 불고있는 컬러TV·노래방 특수에 힘입은 LDP(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 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곤 세탁기·냉장고·오디오 등 주력상품들이 지난해에 비해 10∼20%씩 판매가 줄어들고 에어컨·선풍기 등 계절상품 성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가전3사 등 대형업체의 경우 튼튼한 자금동원으로 그런대로 벼텨나가고 있지만 중소업체·부품업체들은 대기업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납품물량을 줄이는 바람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대리점들도 재고가 쌓이면서 올들어서만도 1백30여개의 대리점들이 도산하거나 업종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것인지,장기간 지속될 구조적인 조정과정인지는 좀더 지켜보아야할 것』이라면서도 『국제경쟁력을 회복,수출이 다시 늘어나지 않는한 수출·내수시장에서의 안팎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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