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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상 홀어머니 도우려 나선 프로무대-효심의 강속구 홀로 우뚝|플야구 롯데 루키 염종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빙그레의 15연승을 저지하며 자신의 6승을 모두 완투승으로 장식한 롯데의 고졸 루키 염종석(19)은 소문난 효자.
어머니가 리어카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스스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입단, 롯데의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2남2녀 중 막내로 올해 부산고를 졸업한 염은 지난해 화랑대기와 전국체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 이전부터 경성대 진학이 사실상 확정돼 가계약까지 끝마쳤다.
그러나 남포동 국도극장 앞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오징어, 땅콩 등을 파는 어머니 도운자씨(54)가 지난해 2월 아침에 일나가다 오토바이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86년 아버지(염상도·당시 58세)가 뇌일혈로 갑작스레 숨진 뒤 가족들이 어머니의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였기에 어머니의 부상은 큰 시련이었고 염종석은 번민 끝에 대학 대신 큰돈을 벌 수 있는 프로로 진로를 급선회했다.
부산고 재학시절 매일아침 등교하기 전에 리어카를 극장 앞까지 끌어다 주고 저녁에는 다시 끌고 오는 등 고생하는 어머니를 극진히 생각하는 막내아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대학은 하나의 이상이었지 현실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진학이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성대와 가계약을 한 불리한 조건 때문에 염종석은 자신의 능력에 훨씬 못 미치는 계약금 1천만 원, 연봉 1천5백만 원의 입단계약서에 선뜻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1월말의 뒤늦은 계약으로 2월부터 시작된 롯데의 일본 전지훈련에 가까스로 합류했으나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해 내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1m91㎝, 90㎏의 좋은 체격에서 내리꽂는 시속 1백40㎞의 강속구는 프로 무대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그대로 적중, 고졸 신인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담한 피칭으로 박동희(24)가 빠진 롯데 투수진의 한 기둥을 차지하면서 윤학길(31)과 함께 6승2패로 다승 공동 2위에 성큼 뛰어올랐다. 『마운드에서 위기에 처할 때면 저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그러면 두 어깨에 힘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들을 위해 한약을 달여주며 격려해 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더 없는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도씨는 『한창 성장할 나이에 집안 형편이 변변치 않아 제대로 먹이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며 안타까워한다.
염종석은 요즘 야구가 더 없이 즐겁기만 하다. 자신이 받은 계약금을 보태 수정동13평 아파트에서 지난 24일 암남동 32평형 정님비치타운으로 이사했기 때문. 그러나 한편으론 집을 옮기면서 얻은 4천만 원의 빚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은 걱정도 생겼다.
『앞으로 착실히 성적을 올려 제가 받는 보너스와 연봉으로 모든 빚을 갚겠습니다.』
올 시즌 15승 이상을 기록,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이 염종석의 올해 목표다. 【부산=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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