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우리 아이 정의감이 지나치다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둘째 아이는 지난해 1학년 때부터 지나친 정의감을 보여 담임선생님이 걱정할 정도였다. 체격이 작은 친구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으면 앞장서서 그러지 못하게 말렸다. 한번은 같은 반 아이가 옆반의 아이들과 다툼을 벌이다 맞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 아이가 나서서 옆반 아이들과 싸움이 시작됐고, 그 싸움이 커져 각 반 담임선생님까지도 알게 됐다. 결국 싸움의 원인 제공자는 뒤로 빠지고 우리 아이만 책임을 지게 돼 선생님께 호되게 꾸중을 듣고 벌점 스티커를 받았다.

그런 행동은 2학년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급식 봉사를 하러 학교에 갔다가 지난해와 똑같은 말을 담임선생님께 들었다.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서 쓸데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고. 며칠 전에는 하굣길에 같은 반 여자친구들이 큰 아이들과 말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 아이가 그것을 보고 골목길 건너편으로 가려다 자동차에 치일 뻔했다고 한다.

그날 나는 회초리를 들었다. 약한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라고 가르쳐야 할 부모가 절대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다그쳤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물었다. "만약 엄마가 아파도 나는 모른 척해야 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는 한집에 살고 있는 가족이잖아." 이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찜찜했다. 잘못된 이기심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글펐다.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답답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난 오늘 아침에도 아이를 붙잡고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찌해서 세태가 이렇게 된 걸까.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