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린 政協 주석 정치풍파 딛고 아프리카 순방길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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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1면

‘부다오웡(不倒翁ㆍ오뚝이)’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의 별명이었다. 그러나 이 별명이 중국 정치협상회의(政協)의 자칭린(賈慶林) 주석(서열 4위·67·사진)에게 옮겨가는 추세다. 온갖 풍파를 버텨낸 뒤 부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5일 “자칭린 주석이 15일부터 열이틀간 튀니지ㆍ가나ㆍ짐바브웨ㆍ케냐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한다”고 발표하며 “이는 이들 4개국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친선우호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칭린의 아프리카 순방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중국의 최우선 외교목표인 에너지 확보에 자칭린이 처음 동참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4개국은 석유와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겉으로 내세운 친선방문이란 미명(美名) 아래 에너지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과거 겉치레 성격이 강했던 해외 순방에 비해 이번엔 실적이 따를 전망이다.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그리고 올 1월 후 주석의 방문에 이은, 지난해 이래 네 번째나 되는 중국 지도자의 아프리카 나들이인 셈이다.

사실 그동안 자 주석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중국의 최고 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오직 그에게만 ‘부패’ 꼬리가 붙어 다녔다. 첫 시련은 1980년대 푸젠(福建)성 성장으로 재직한 일 때문에 터졌다. 99년 샤먼(廈門)에서 건국 이래 최대 밀수사건으로 꼽히는 100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遠華)그룹 밀수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80년대와 관련된 일이었다. 당시 자 주석의 아내 린유팡(林幼芳)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101개의 관(棺)을 준비하라. 100개는 탐관(貪官)의 몫이고, 마지막 하나는 내가 누울 관”이라고 외치며 사정의 날을 시퍼렇게 세웠다.

그때 최고지도자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나섰다. 장은 그를 대동하고 ‘베이징(北京)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中關村)을 방문하는 등 공개적으로 자 주석을 감쌌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최대 재벌인 궈메이(國美)전기의 황광위(黃光裕ㆍ37) 회장이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제는 불법 대출 기간이 자 주석이 베이징을 맡고 있던 96년과 97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자 주석의 비호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래도 자 주석은 넘어지지 않았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 자신이 일궈낸 치적임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중국 언론들도 “상무위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고, 실무경험이 뛰어난 자 주석이 앞으로 더욱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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