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학생회관 불 넷 사망/담뱃불 화염병용 신나게 인화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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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생들 축제 준비 하다 참변/10명 중경상
【대구=김선왕·홍권삼기자】 26일 오전 3시35분쯤 대구시 대명7동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학생회관 1층에서 불이 나 강병찬(21·신학4)·김홍상(20·경영·휴학)·노종국(22·신학3)군 등 남학생 3명과 배숙경양(19·국문3) 등 4명이 숨지고 김정희양(21·국문3) 등 10명이 중경상을 입고 동산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1층에서 먼저 나 2·3층으로 옮겨 붙어 총학생회 사무실과 학생생활연구소·서클룸 8개 등 1·2·3층 내부 9백여평을 모두 태우고 1시간25분만인 오전 5시쯤 꺼졌다.
화재 당시 학생회관에는 27일부터 열리는 축제준비를 하던 학생 20여명이 있었으며 이중 사망자들은 2층 학생회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오려다 연기에 질식돼 쓰러진 뒤 불에 타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2층에서 불길을 피해 창밖으로 뛰어내리다 골정상 등을 입었다.
한편 경찰은 학생들이 전날밤부터 축제준비를 하면서 술을 마신 사실을 밝혀내고 사망학생들이 화재 당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뒤늦게 빠져나오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인조사에 나선 경찰은 불이 난 1층 복도에 학생회측이 사다놓은 신나 14말이 쌓여있었던 사실을 밝혀낸데 이어 『1층에서 「펑」하는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는 일부 학생들의 말로 미루어 축제준비를 위해 이 회관을 드나들던 학생들이 버린 담뱃불이 신나통에서 증발한 가연성 가스에 인화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학생회측은 축제때 쓸 플래카드 제작·화염병 제조를 위해 최근 신나 14말을 구입,1층 복도에 쌓아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화재 현장인 1층 복도에서 불에 탄 신나통 14개,화염병 3백여개를 찾아냈다.
불이 나자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차 33대,소방관 82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사무실 복도 칸막이들이 모두 목조로 돼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불을 끄던 이희록소방위(38·성명소방 파출소장) 등 2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불이 난 학생회관은 58년에 지어진 콘크리트벽돌 건물로 3층까지는 학생회·서클사무실 등이,4·5층엔 교수연구실이 있으나 불길이 4층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계명대는 26일 오전 백성균부총장 등 보직교수 7명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피해자 보상 등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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