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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사회주의 중국 21세기 초강대국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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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market socialism)가 중국을 21세기의 초강대국(super power)으로 만들 것이다."

지난 9개월간 병상에 있던 피델 카스트로(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개혁.개방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을 이렇게 높이 평가했다. 남미 좌파연대의 동지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중남미 경제.정상 회담에서 카스트로가 썼다며 9쪽 분량의 편지를 공개했다. 차베스는 카스트로의 서명을 보이며 "그의 건강이 회복됐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 중국 예찬=이 편지에서 카스트로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건국한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전략을 펼친 덕분에 지금과 같은 경제 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1세기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경제발전은 추구하되 사회주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차베스는 "21세기 사회주의는 21세기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카스트로는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인 조지 소로스의 저서 '오류의 시대: 테러와의 전쟁의 결말(The Age of Fallibility: Consequences of the War on Terror)'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병상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숙고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차베스는 "카스트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으며, 지금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스트로 권좌 복귀설=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말 장 수술을 받으면서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넘겨준 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카스트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노동절 기념 행사에 등장하면서 권력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959년부터 47년간 집권했던 카스트로는 59년과 63년 외국 방문 때를 제외하곤 매년 빠짐없이 노동절 행사에 참석해 왔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카스트로가 5월 1일 복귀해 쿠바와 남미 대륙의 지도자 역할을 다시 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점점 건강을 되찾고 있으나 국정을 다시 맡을 정도는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쿠바계 학생이 많은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자유의 빛이 쿠바에 비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카스트로 정권이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일현 기자

◆ 사회주의 시장경제=사회주의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를 부분 도입해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것으로,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구하면서 내세운 체제이론이다. 1992년 1월 덩샤오핑(鄧小平)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동남부 도시를 돌아보면서 "사회주의에 시장이 있으며,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다"고 말한 것을 바탕으로 그해 6월 장쩌민(江澤民)이 공식 제창했다. 그 뒤 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도 이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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