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기억 안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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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날 오후 4시 남대문서에 출두한 김 회장은 처음부터 '결백'을 주장했다. 청계산에 가지도,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변호사가 동석한 가운데 진술녹화실에서 차분하게 조사에 응했다. 휴식시간엔 폭력팀 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오후 8시쯤 충무로 고급 식당의 일식 도시락을 주문해 수행비서 등 일행과 식사를 했다. 긴장한 탓인지 음식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이어진 조사에서 경찰은 피해자와 대질신문을 추진했다. 김 회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 무슨 대질이냐"며 거부했다. 이에 오후 9시쯤 유리창을 통해 얼굴만 확인하게 하는 '간접조사'가 제시됐고, 김 회장도 받아들였다. 김 회장의 얼굴을 본 피해자들은 "폭행을 한 사람이 맞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다시 김 회장에게 대질신문을 요구했지만 그는 계속 버텼다.

오후 11시10분 경찰은 "피의자가 대질신문에 불응하고 있다"는 브리핑을 했다. 김 회장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정이 지나면서 변호인이 "자정 이후까지 조사를 계속하는 건 강압수사"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됐다. 대질신문 거부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김 회장이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한다.

30일 0시10분쯤 피해자들이 진술녹화실로 들어갔다. 청계산과 북창동에서 맞았다고 진술한 술집 종업원 6명이었다. 대질신문은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경찰은 김 회장을 가리키며 피해자들에게 "이 사람이 때린 사람이냐"고 물었고 모두 "맞다"고 대답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직접 때리지 않았느냐. 진실을 밝혀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끝까지 모두 부인했다. 청계산 얘기가 나오면 변호인의 눈치를 살핀 뒤 "모릅니다"라고 대답했다. 경찰이 알리바이를 추궁하자 "두 달 가까이 지나 기억이 안 나지만 추후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대답했다.

조사가 끝난 뒤 김 회장의 변호인은 두 시간 동안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으며 일부 문구에 대해 따졌다. 특히 "피의자(김 회장)는 비웃듯이 벽 쪽을 보며 웃기만 한다"는 조서기록을 두고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애란.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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