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법원서 경로운동/민원창구,젊은이 양해얻어 “우선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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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정의 달 맞아 「친절한 법원」상 만들기
많은 관청중에서도 특히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법원에서 「찾아오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을 자신의 친부모처럼 여기고 친절히 도와주자」는 조용한 운동이 전개돼 화제다.
이같은 운동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20일 열린 법원 사무국장 연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것으로,불친절한 곳으로 인식된 법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23일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각 사무실에 배포된 「노인모시기운동」 행동요령은 미원창구·엘리베이터,심지어 화장실에서라도 법원직원들이 노인들을 만나게 되면 먼저 다가가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묻고 사무실을 안내해 드리거나 필요한 사항을 도와드리도록 돼있다.
또 민원창구에서도 기다리는 젊은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노인들의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세상 물정에 밝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각종 절차를 노인들이 속속들이 이해하고 혼자 처리하기는 무척 어렵다.
특히 최근 법원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재판일정 등을 단말기를 두드려 알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
따라서 노인들일수록 법원측의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노인들에 대한 법원배려가 전혀없어 이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25일 오전 서울고법에 판결문을 떼러 전주에서 상경했다가 때마침 마주친 법원 총무과 직원 박용성씨(38)로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은 정기선씨(73)는 『법원출입을 여러차례 했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고 흐뭇해 했다.
이번 운동을 제안한 법원공무원교육원 이덕수 원장(57)은 『등기소에서 근무할 당시 많은 노인분들이 찾아오는데도 법원직원들이 제대로 모시지 않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었다』고 운동을 시작하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원장은 『법원 판사분들은 재판에 매달리게 돼 민원인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다』며 『물론 민원인 모두에게 친절해야 하겠지만 아쉬우나마 노인들에게라도 먼저 도움을 드려 「친절한 법원」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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