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김­이 당내 공존 명분 조율/반전 거듭하는 민자 「징계」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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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 “큰 정치에 포용” 기본입장속 화전 병행/이 “개혁노력 인정땐 비주류로 잔류”선회
노태우대통령의 이종찬의원 징계지시에 따라 김영삼민자당대표측은 이 의원에게 최후통첩을 해놓고 있어 이 의원의 대응자세가 주목되고 있다.
이 의원이 노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대선독자출마를 포기한채 당내 비주류로 남아있을 것인지,내쫓겨 신당 창당의 길로 들어설지가 징계강행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다.
○…김 대표측은 노 대통령의 강경방침이 통보되자 『당총재의 뜻을 받들 수 밖에 없다』면서도 『큰 정치를 하겠다는 김 대표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측은 이 의원과 사돈인 정재문의원을 이 의원측에 보내 징계철회조건으로 ▲전당대회 무효화 선언 취소 ▲노 대통령과 당에 대한 사과 ▲광화문 사무실 폐쇄 ▲새정치모임 해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로서는 「큰정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게 최대한 이 의원을 껴안는 노력을 하고 최악의 경우 『할만큼 했다』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의도다.
때문에 김 대표는 정 의원을 보내 이 의원을 설득하고 양자간 협의가 다소 진전되면 직접 이 의원을 만나 포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이 다소 후퇴하면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의 「진노」를 푸는 수순을 밟음으로써 그의 「큰정치」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마냥 질질 끌 수는 없다. 그는 일단 유사시 속전속결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해 놓았다.
새로 발탁된 김영구사무총장과 김용채정무1장관은 그동안 정치적 「음지」에 있었는데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하기보다는 다소 「우직하게」(김 사무총장의 표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종찬의원은 시간이 감에 따라 분가보다는 여권내 공존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당외독자노선에서 당내노선쪽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측도 김영삼후보측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을 포용하겠다는 뜻을 비치자 양측은 최근 공존의 명분을 찾기위해 간접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 의원이 대선독자출마를 포기하고 정권재창출에 협조하는 자세로 도와주면 포용하겠다는 것이고,이 의원은 자신의 언행을 「개혁의 몸짓」으로 인정해 주면 새정치 모임을 당내 비주류로 전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의 진노나 「조속한 징계」 지시에서 한발짝 물러나 이 의원의 행동변화를 수용할 공간을 만들어주려는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25일 오전 신당 창당에서 후퇴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는 『총선이 끝나거나 정기전당대회가 열리면 정당은 항상 새로운 다짐과 진로를 찾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외국의 정당에서도 하나의 관례』라며 『나의 경선거부나 새정치모임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여야 하고 당에서 새정치모임을 비주류기구로 인정하는 포용력을 발휘하면 나도 기꺼이 포용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오전 김영삼후보측의 정재문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은 이 만남을 『막후절충까지는 아니다』고 했지만 시기나 형식으로 보아 의미있는 타협선이 제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의원이 노 대통령에 대해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고 대선 독자출마를 포기한다는 뜻을 적당한 형태로 보여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협상」이 진행중임을 암시했다.
이 의원은 계속 『나는 대화주의자다. 당개혁 하겠다는 것이 뭐가 나쁘냐. 나를 포용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징계는 절대로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포착된 이 의원의 변화 뒤에는 몇가지 고려가 있다. 우선 박태준최고위원,박철언·김용환의원 등의 거취다. 이 의원 진영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박 최고위원은 포항·경주·부산을 돌며 이 의원과 거리를 두어왔다.
이 의원의 상황이 급할대로 급한데도 만나는 것 조차 거부했다. 경선거부에까지는 동참하지만 그후의 독자노선엔 따를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이 의원에게는 당을 뛰쳐나가 독자출마를 향해 달릴때 얼마나 따라와주느냐가 중요한데 박 최고위원·박 의원의 동참거부는 커다란 브레이크가 아닐 수 없다. 김용환의원은 새정치모임에 끼지도 않았다.<김두우·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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