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의 신비 깨고 3천년 동양정신 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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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2면

사진 신동연 기자 

“문용직 박사가 제 그릇에 걸맞은 주제를 잡았구먼.” 그를 아는 이들이 한마디씩 했다. 한국기원 전문기사 5단이자 정치학 박사인 문용직(48)씨가 쓴 『주역의 발견』(도서출판 부키)은 주역(周易)을 둘러싼 신비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는 주역을 ‘예측 불가능한 인간사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인류가 얻은 여러 점서(占書) 중하나’라 푼다.

-『주역의 발견』 쓴 프로기사 문용직씨

“마음을 잡아주는 책, 폭넓게 인생을 다루는 그런 것은 없을까 찾다가 주역을 만났지요. 주역은 지난 3000년 동안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텍스트입니다. 우리를 품은 원초적 기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강력한 힘이죠. 그동안 주역은 난삽하고 신비스러워서 평생을 공부해도 모른다 했는데 틀린 말입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권위에 얽매여 본질을 못 본 때문이죠. 주역이 심오하다고들 말하는데 평가로 내용을 대신한 격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그는 먼저 주역(周易)과 역경(易經)을 구별했다. 주역은 역경과 역전(易傳)을 합한 것. 그는 역경과 역전의 언어는 다르다고 말한다. 모호한 인생에 관한 질문에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은유로 답을 준 것이 역경인데, 신비하고 모호한 구석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전은 역경에 대한 가장 오래된 논문이자 훌륭한 철학서로, 역경에 대한 재현 또는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주역의 두 큰 학파인 상수와 의리는 모순된 전제 위에서 논리를 끄집어내고 명제, 곧 철학을 만들었던 겁니다. 주역 64괘 6획괘 부호는 그 자체가 의미 없는 부호로 지시사일 뿐입니다. 이 6획괘 부호가 의미 있다는 모순된 명제를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니 그 이후에 얻어지는 모든 명제와 철학은 언제나 진리가 되는 거죠.”

그는 “주역의 권위에 눌리지 말라, 주역을 갖고 놀라”고 말한다. 『주역의 발견』을 길라잡이로 한 1년 공부하면 누구나 깨우칠 수 있다고 권한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관심만 갖고 있다면.

1998년 바둑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 접근으로 중국과 일본 바둑계까지 놀라게 했던 문제작 『바둑의 발견』에 이어 『주역의 발견』을 펴냄으로써 그는 ‘발견 3부작’의 마무리를 향하게 됐다. 그가 다음에 ‘발견’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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