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차이는 이혼 사유 안 됩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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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13면

사건 개요
결혼 2년차의 20대 남편이
별거 중인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 제기

판결 내용
“부부가 서로 비난하는 등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잘 살라.”

상투적인 주례사다. 이 말이 무색하리만큼 이혼이 많은 요즘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결혼 31만6300건에, 이혼 12만8400건이었다. 이혼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이 이혼하려는 의사가 일치하고 자녀를 누가 키울 것인지(친권자) 합의하면 이혼이 성립한다. 이것이 협의 이혼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합의가 안 돼 재판을 거쳐 이혼하려면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최근 결혼한 지 3년 된 30대 초반의 여성 A씨가 이혼을 상담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남편과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다 보니 이제는 남편 얼굴도 보기 싫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이혼에 반대해 소송을 걸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이혼하려는 사람들은 A씨처럼 흔히 성격 차이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법원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법(제840조)에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遺棄),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가 3년 이상 생사불명일 때 등이다. 이런 행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유책(有責)주의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가족제도에서 남편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여성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다른 여자와 살고 있거나 폭력을 행사해 부인을 내쫓은 뒤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도 법원은 이를 기각한다.

그러나 이혼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파탄 난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민법은 유책주의의 예외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을 때’도 이혼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제기하는 이혼소송도 경우에 따라서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파탄주의라고 한다. 이 경우 당연히 이혼은 쉬워지게 된다. 우리 법원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결혼 2년차 20대 남편이 별거 끝에 부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 특별2부는 파탄주의에 입각해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부부 불화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미룬 채 서로 비난하고 있어 혼인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되었으며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이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두 사람 모두에게 혼인 파탄의 원인이 있다.”(2006므34판결)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고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고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피고의 책임보다는 무겁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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