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는 어디] 후세인 요리사집 마당 양탄자 들추니 구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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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13일 저녁(현지시간) 초췌한 몰골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그의 고향 티크리트 인근 아드 다와르 지역의 한 농가 앞마당 구덩이에서 끌어냈다. 이날 새벽 미군 병사들은 티그리스 강 서안의 이 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한 농가를 수색했으나 허탕. 이어 오렌지 과수원과 해바라기 꽃밭을 지나 양우리를 끼고 진흙으로 지어진 허름한 농가를 겨냥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군이 진입한 농가의 헛간 같은 건물 안에는 침대와 의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는 셔츠와 양말 등이 있었다. 1백달러짜리 75만달러(약 8억8천만원)가 든 녹색 철제가방도 있었다.

헛간 밖 마당엔 기도용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그 위론 벽돌과 잡쓰레기가 수북했다. 미군이 양탄자를 들추자 스티로폼 덮개가 나타났다. 삽으로 2m쯤 파 나가자 사람 몸 하나 들어갈 만한 조그마한 구덩이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후세인이 나타났다. 구덩이는 지상 환기 팬과 연결돼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집 주인이 후세인의 요리사 카이스 나메크"라고 말했다. 그는 수일 전 미군에 연행됐으며, 후세인이 잡히기 직전 이 농가에서 뛰쳐나가다 연행된 두명도 그의 형제로 알려졌다. 수색 작전 당시 농가 바로 앞엔 도주용으로 보이는 주황색 택시도 한대 있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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