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응창기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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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말썽도 많고 달도 많았던 「제2회 응창기배전」이 마침내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타결을 봄으로써 오는 7월 동경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는 ①초읽기를 없애는 대신 벌점제도를 신설 ②국가표기 대신 출신지 표기 ③주최측은 상해, 중국 측은 북경개최 고집등 세가지쟁점을 놓고 작년 10월의 각국 대표자회의 이후 6개월에 걸쳐 우여곡절을 겪어왔었다.
한국·일본은 ①항의 초읽기를 없애는 문제에 대해서만 못마땅해했을 뿐 ②, ③항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입장인데 비해 중국 측은 방대로 ①항보다는 ②, ③항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보여왔다. 즉 참가선수는 필히 국가표기를 해야 하고 상해 대신 북경에서 개최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었다.
중국 측으로서는 그럴 만도 한 것이 ②항을 양보할 경우천안문사건이후 미국으로 탈출한 강주구 9단이나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는 예내위 9단·공상명 8단 등(사실 여류강자들은 거의가 일본에 가서 귀국명령에 불응하고있다)의 경우처럼 프로기사들의 해외도피사태로 통제력을 상실할까봐 두렵고, ③항은 그들로서는 횡재에 가까운 대회경비를 포기하기가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오위평 9단이 ⓛ항에 대한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물어와서 『벌점제와 「말하는 시계」의 등장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겠지만 사실은 재미도 있고 합리성도 없지 않다. 세계최대대회의 스폰서가 원하고 또 모든 선수들에게 동등한 조건이라면 들어줘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더니 은연중 긍정하는 눈치였다.
76세의 고집쟁이 할아버지 응창기씨의 외교솜씨는 능수능란 했다. 장남을 특사로 파견해, 일본·한국을 차례로 설득하는데 성공 「4월29일 동경개최」를 발표하여 중국 측에 일격을 가하더니 그래도 중국 측이 대회에 불참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에는 개최시기를 일단 7월로 연기한 다음 중국바둑협회 주석 진조덕 9단과 등소평의 총애를 받는 실세 최위평 9단을 상해에서 직접 만나 전격적으로 합의를 얻어낸 것. 중국 측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사전에 등소평의 허락이 있었다는 숨은 얘기도 있다.
협상과정에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중국 측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어떤 실리를 챙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역시 동경개최라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유독 우리만 실속이 없으니 이는 한국기원의 외교부재 탓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은 대회에 참가하는 조훈현 9단·서봉수 9단·이창호 5단에게 기대를 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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