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동호인 "북적" 시설은 "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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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년전 생활체육을 시작한 김상배(37·해태유업)씨는 점심시간이 즐겁다.
김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끝내자마자 동료 50여명과 회사 안 공터에서 족구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상 운전을 하는 탓에 부족하기 쉬운 하체 힘을 키우고 업무상 쌓인 그날의 스트레스까지 풀고 있다.
게다가 동료들과 화합·친선도 도모할 수 있어 직장족구는 김씨에게 일상사 중 가장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국민이 모두 하는 생활체육은 이렇듯 「생활 속의 운동을 즐기자」는 슬로건과 함께 직장에서, 동네에서, 약수터에서, 학교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올림픽이후 체육정책의 기조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뀐데다 여가활동에 대한 국민적인 욕구가 높아지면서 생활체육이 일반인들의 생활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생활체육의 3대 요소라 할 시설·프로그램·지도자육성이 서울올림픽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주도하에 추진된 생활체육보급은 지난해 1월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발족으로 구체화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이 단체에 가입한 동호인 클럽수는 43개 종목 1만4천6백28개. 한편 회원수도 63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거대조직으로 성장, 생활체육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발족당시의 45만명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시·군·구에서 실시하는 생활체육의 동호인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체육청소년부가 지난해 12월 15세 이상 전국 1만2천4백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에 따르면 주2∼3회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33·7%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 89년의 27·2%보다 무려 2백4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현재 우리국민의 3분의1 수준인 1천만명 이상이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국민의 3분의1인 5백만 명이 생활스포츠를 즐기고있는 호주 등 생활스포츠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인구를 흡수하고 체계적으로 지도할 체육시설·지도자공급은 여전히 낮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생활체육 붐과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볼링장·수영장·에어로빅장 등 체육시설이 늘어난 젓은 사실이나 운동을 즐기려는 동호인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고 있다.
볼링장의 경우 지난 91년 3백72개소로 지난 90년의 2백48개소에 비해 무려 1백 개소 이상이 늘어났지만 「뛰는 체육인구에 기는 시설」꼴이다.
1주일에 한 두 번씩 퇴근한 남편과 함께 볼링장을 찾는 김승혜(34·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미성아파트)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후에 전화를 해도 예약이 가능했으나 올해부터 아침 일찍 볼링장개장 시간에 맞춰 전화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수영장도 태부족이다.
지난 90년 2백73개소, 91년 3백12개소, 올해 3백37개소로 증가추세에 있으나 서울에서만 수영인구가 30여만 명에 달하고 있는 등 동호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강남의 한양·다이아몬드·올림픽·잠실수영장에서는 1∼2개월 기다려야 회원접수가 가능할 정도다.
압구정동에서 「조오련수영교실」을 운영하며 1천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조씨는 『수영인구에 비해 수영장이 태부족한 상태』라면서 『수영장에 대한 전기·수도요금의 인하와 세제혜택으로 수영장건설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테니스장·골프연습장·정구장·롤러스케이트장 등 실외체육시설은 종합토지세 등의 영향으로 점차 도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생활체육의 필수요소인 생활체육프로그램개발 및 공급도 체계적인 직장체육·동네체육을 위해 선결요건이나 아직도 걸음마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을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는 정부와 각 민간주도 생활체육단체의 움직임은 주목할만하다.
정부는 서울올림픽 후 시·도·군·구에 생활체육과를 설치했고, 생활체육협의회를 발족시켜 우선 관주도로 생활체육 붐을 확산시키는데 성공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호돌이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동네 체육시설은 4백50여 개소로 늘어나며 98년까지 전국 읍·면·리마다 최소 한군데씩 체육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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