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별의 감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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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별의 감옥' - 장석남(1965~ )

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 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녹아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륵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밖인 저 별


나는 오래도록 도망자였느니, 이 새벽 그대에게 갇힌 나, 잠 못 드는 마음이여. 사랑이 감옥임을 알고 기꺼이 갇히는 영혼에 축복 있으라. 그대가 내 영혼을 사로잡은 순간 나는 기꺼이 포로가 되었나니, 사랑이 그대로 하여 위대해졌나니, 나 아닌 남 때문에 전전반측 입술을 깨물며 몸부림치게 되는 놀라운 연금술이여. 하지만 그대여 마지막 불꽃을 언제나 조심할 것. 춤추는 별은 가질 수가 없나니, 가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별은 돌이 되나니, 때로 별을 별대로 놓아주는 일이 필요하지. 있다면 사랑만이 숨 쉴 틈, 그것이 별인 것이니.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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