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이「도약」의 열쇠" 대기업과「컴퓨터 경쟁」큐닉스사 김용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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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큐닉스사가 삼성·금성·현대·대우·삼보전자에 이은 우리나라 6대 컴퓨터 업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회사에 지난달 29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용현씨(39)를 몰라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창업 10년만인 지난해 3백16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매출액을 올린 회사에 재벌의 아들도 아닌 30대의 김씨가 대표이사로 앉은 것은 여러모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우리 큐닉스의 최근고민은 방만·경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다 잡느냐는데 있습니다. 소수의 직원으로 회사를 꾸려가던 초기와는 달리 직원이 4백여명 가까이 된 지금이 문제의 해결이 도약이냐, 정체냐를 결정할 것입니다.』
방만·경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씨는「큐메일」이라는 사내 컴퓨터 통신을 고안했다. 컴퓨터 회사답게 모든 직원에게 PC를 지급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구성해 업무보고·제안 등 사내의 의사소통을 처리하고있는 것이다.
『큐메일은 단순치 결재서류를 컴퓨터 통신으로 대신한다는 차원을 넘어「직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는 사내 의사소통」을 촉진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 공장(경기도 안산)의 평직원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과장→부장→대표이사 등의 순차적 과정을 밟지 않고 큐메일을 통해 이들 모두에게 동시에 전달됩니다.』
경영에 직급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김씨의 리버럴한 성격은 서울대 철학과 재학중 수학을 부전공으로 택하고 대학졸업과 함께 KAIST 전산학과에 진학한 이유를『어느 순간 수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그 길로 가다보니…』라는 그의 설명에서도 짐작할 만하다.
컴퓨터 분야는 기술발전이 빠르고 변화가 심하다. 이런 여건은 김씨를 비롯, 큐닉스의 창업자 5명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고 정확한 방향을 잡아내는데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큐닉스도 86년 산업전반의 불황 등으로 매출이 정체되는 고비를 맞아야했다. 신기술·신기종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이때였다.
『회사의 성패를 걸고 레이저프린트 등 신기종의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다행히 이들 제품이 컴퓨터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 88년께에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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