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조적 리더십'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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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탐구에만 몰두하는 '공부기계'는 곤란하다. 리더십과 인성을 갖춰야 창조적인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서남표(71.사진) 총장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재학생들의 리더십과 인성 교육 강화를 선언했다. 신입생 선발 때도 성적 중심에서 인성과 리더십을 중시하기로 했다.

서총장이 리더십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20여 개 과학고와 영재고 등을 방문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는 "과학고 학생들의 생활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기숙사에서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공부만 하고 있는데, 이건 교육이 아니라 공부기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고 출신이 신입생(770여 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KAIST 학생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50여 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미국 대학생들이 왕성한 동아리 생활이나 사회 봉사활동으로 리더십을 키우고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서 총장은 "리더십 마일리지 제도는 미국의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 재학생 리더십 키우기=서 총장은 2학기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이 제도는 ▶교육▶봉사▶심신단련▶체험학습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들이 참여할 경우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리더십 강의를 7시간 수강하면 50점을 주고, 총학생회.동아리연합회 등에서 리더로 일하면 학기당 35점을 부여한다. 해병대 캠프 등에 참가하면 최고 50점을 받을 수 있다.

학교 측은 졸업 때까지 리더십 참가 점수를 합산해 ▶다이아몬드(350점 이상)▶플래티넘(300~349)▶골드(250~299)▶실버(200~249) 등 4등급으로 점수를 매길 계획이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이 리더십 마일리지 제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취업시 성적증명서 등과 함께 마일리지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성적증명서에 마일리지 기록을 입력하기로 했다. 또 석사과정 진학시에 마일리지 실적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윤완철 학생처장은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쌓은 것을 증명하는 리더십 인증서가 성적증명서보다 가치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 선발도 리더십 중시=내년부터 신입생은 창의성.사회봉사정신.표현력 등의 능력까지 종합 평가해 선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내신.경시대회 등 학업 성적 중심으로 뽑아왔다.

전형 방법은 1차 전형에서 서류를 통해 학업성취도를 평가, 합격자의 2~2.5배수를 선발한 뒤 2차 전형에선 문제 파악 능력과 발표력.상황 대처능력.특기활동 등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면접을 실시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 서남표 총장=서울대 교무처장을 지냈던 부친을 따라 19세 때 미국으로 갔다. MIT 기계과를 나와 이 대학 학과장.미시간대 총장.미 과학재단 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52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KAIST 총장에 취임했다. 연봉은 36만 달러(약 3억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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